한화 우완 투수 주현상(32)은 지난 2015년 내야수로 프로에 입단했다. 데뷔 첫 해 빼어난 3루 수비력을 인정받아 1군에서 103경기를 뛰었다. 그러나 2016년 15경기로 기회가 크게 줄었다. 통산 타율 2할1푼2리(222타수 47안타)로 타격 솜씨가 아쉬웠다. 사회복무요원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2019년 8월에는 팀 내에서 입지도 크게 축소됐다. 한화에는 그해 노시환이라는 거포 3루수가 입단했다.

그때 당시 한화에 있던 정민태 삼성 투수코치가 주현상에게 투수 전향을 권유했다. 3루수로서 강한 어깨와 빨랫줄 같은 송구 능력을 눈여겨본 정 코치는 “야수로서 경쟁력이 떨어졌고, 팀에서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었다. 본인도 알고 있었고, 투수를 한번 해보겠다고 했다. 그래서 구단에 1~2년만 시간을 더 주고 봐달라고 얘기해서 투수로 전향하게 된 것이다”고 밝혔다.

야수로는 방출 위기였지만 투수로서 주현상에겐 잠재력이 있었다. 투수 전향 첫 해였던 2020년에는 2군에만 있었다. 투수로서 어깨가 완성되지 않아 몸을 만드는 시간이 필요했다. 2021년부터 투수로 1군에 다시 올라왔고, 43경기(50⅓이닝) 2승2패4홀드 평균자책점 3.58로 깜짝 활약했다.

2022년에는 49경기(55⅓이닝) 1패1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 6.83으로 기복을 보였지만 지난해 보란듯 반등에 성공했다. 시즌 초반 2군에 두 번 내려갔지만 릴리스 포인트를 최대한 앞으로 끌고오는 등 재정비를 하고 돌아온 6월부터 필승조로 거듭났다. 55경기(59⅔이닝) 2승2패12홀드 평균자책점 1.96으로 활약하며 한화 유일의 1점대 평균자책점 투수로 시즌을 마쳤다.

투수 전향한 2020~2021년에는 2년 연속 3300만원으로 리그 최저 연봉 수준이었지만 2022년 5080만원, 2023년 5800만원으로 상승했다. 이어 올해는 5200만원이 상승한 1억1000만원으로 데뷔 첫 억대 연봉을 돌파했다. 투수로 1군에 데뷔한 지 3시즌 만에 일궈낸 억대 연봉이다.

호주 멜버른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는 주현상은 구단을 통해 “이번 캠프에 선발대로 오면서 출국 며칠 전에 계약을 했다. 가장으로서 뿌듯했다. 아내도 만족해하고, 아이에게도 뭔가 아빠가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해왔다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뿌듯했다. 기분 정말 좋았고, 앞으로 팀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생각도 많이 하게 됐다”고 억대 연봉 소감을 전했다.

내야수에서 투수로 포지션을 전향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주현상은 “신인 때 기회를 많이 받았는데 두 번째 해부터 1군 출장이 크게 줄었다. 연봉 생각보다는 야구를 더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컸었다. 공익근무를 하면서 (2018년) 팀이 가을야구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야구가 너무 하고 싶었다. 야구를 더 하고 싶어서 최소 연봉을 받으며 투수로 전향했다. 투수로 1군 데뷔 3년 만에 연봉 1억원, 평균자책점 1점대라는 좋은 결과를 내 뿌듯하다. 예전에는 야구를 어떻게 하면 더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훈련했다면 이제는 앞만 보고 야구를 할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큰 차이이자 좋은 점이다”고 돌아봤다.

투수로 전향한 뒤 1년간 서산에서 보낸 인고의 시간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군제대 선수 신분으로 서산에서 신인들과 함께 훈련을 한 적이 있다. 그때 나이가 (한국식으로) 29세였는데 19세 후배들과 훈련을 하다 보니 오기가 생기더라. 나이 차이는 많이 나지만 후배들에게 지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러닝이든 훈련이든 상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했다. 실제로 그 후배들에게 뒤처지지 않았다. 야구를 하고 싶다는 절실한 마음으로 그때 한눈 팔지 않고 열심히 한 것이 지금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대기만성형 선수가 된 주현상은 “난 정말 늦은 나이에 투수를 시작했다. 지금 우리 팀 어린 선수들은 앞으로 야구할 날이 나보다 훨씬 많다. 기량도 나보다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도 육성군, 퓨처스 팀을 모두 겪어봤는데 지금 거기에 있다고 해서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포기하지 않으면 1군에 오를 수 있고, 패전조와 추격조를 거치면서 기회를 얻게 된다. 나도 그걸 모두 거치면서 이기는 경기에 나갈 수 있게 됐다. 이 자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계속 경쟁해나갈 것이다”고 각오를 불태웠다.

지난해 시즌 초중반 두 번의 2군행을 극복하고 1점대 평균자책점으로 마친 주현상은 “초반에 7~8점대 평균자책점을 찍으며 2군에 내려가기도 했는데 1점대는 생각도 못했다”면서 “매년 시즌 중간중간에 성적이 좋지 않아 서산에 한두 차례 꼭 내려갔다 올라왔다. 경기수, 이닝수를 늘리려면 서산에 내려가는 일 없이 1군에 풀타임으로 머물러야 한다. 부상도 없어야 하고, 성적도 꾸준해야 한다. 지금 캠프에서 준비 잘해야 아프지 않고 나 스스로 생각한 목표를 넘어설 수 있다. 올해는 더 많은 경기, 이닝으로 팀이 더 많이 이길 수 있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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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상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