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령존은 올해도 유효할까?

KIA 타이거즈 김호령(32)은 수비귀재로 잘 알려져 있다. 작년 4월2일 SSG 랜더스와의 개막 2차전에서 우중간으로 빠지는 2루타성 타구를 기가 막히게 잡아내는 호수비를 연출했다. 선발 이의리가 너무 좋아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다. 팬들에게 기억되는 활약은 그것 뿐이었다. 타격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5년 신인시절 김기태 감독의 발탁을 받아 103경기 2018타석에 들어섰다. 김 감독은 "타격이 되면 특급 외야수가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타율은 2할1푼8리에 그쳤지만 미친 수비범위와 타구 추격능력은 천재급이었다. 2016년 주전 중견수로 기용했다. 124경기에 출전해 514타석을 소화했다. 타율 2할6푼7리 8홈런 41타점 72득점 19도루 OPS 0.706을 기록했다.

상승세에 올라타는 시점이었는데 2017년 주전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특급 FA 외야수 최형우가 입단했고 새로운 외인 로저 버나디나도 들어왔다. 이명기까지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최형우는 넘사벽의 4번타자였다. 버나디나는 타율 3할2푼 27홈런 111타점 118득점 32도루의 우등 성적을 올렸다. 수비는 김호령이 나았지만 타격에서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았다.

백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가끔 선발출전했지만 대수비와 대주자가 전문이었다. 2017년 우승 할때는 이기는 경기후반 중견수 대수비로 들어가고 버나디나가 우익수로 이동했다. 수비력으로 우승에 힘을 보탰다. 광활한 수비범위를 일컫는 '호령존'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였다. 그러나 타격으로는 명함을 내밀지 못했다.

이후 5년동안 가장 많은 타석은 2020년 138타석이었다.  2022시즌부터는 FA 나성범이 입단하면서 자리는 여전히 비좁았다. 2023시즌은 107타석에 나섰지만 1할7푼9리 6타점 16득점 1도루 OPS 0.503을 기록했다. 입단 이후 가장 성적이 저조했다. 각각 22일간, 43일간 두 번이나 장기간 1군에서 사라졌다. 쓰임새가 줄어들었다.

2024시즌도 상황이 녹록치 않다. 외야진이 차고 넘쳐난다. 나성범과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부동의 주전이다. 외야 한 자리를 놓고 작년 3할 타율에 성공한 이우성을 비롯해 최원준, 고종욱, 이창진, 김호령, 김석환, 박정우 등이 경쟁한다. 2021시즌 174안타를 터트린 최원준은 올해는 외야수로 풀타임에 도전한다. 이우성은 1루를 병행하지만 주전급 외야수이다.  26살의 젊은 박정우는 강견에 발도 빨라 백업 경쟁자이다. 유망주 꼬리표를 떼지 못한 김석환도 절실한 마음으로 경쟁에 나선다.

김호령에게 가장 큰 위기가 찾아 온 것이다.  그래서인지 작년 11월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 참가했다. 타격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그는 감독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되는 백업이다. 트레이드 요청이 오더라도 불가 선수였다. 여전히 수비와 주루는 경쟁력을 갖추었다. 올해 KIA가 정상도전을 위해서는 호령존이 필요하다. 입단 8년차에 4월이면 만 32살이 된다. 잘 치고, 잘 달리고, 잘 잡는 김호령. 여전히 팬들은 응원하고 있다.  /sunny@osen.co.kr

[OSEN=이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