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2024 KBO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지명한 투수 유망주 김택연(19)은 지난해 11월 이천 마무리캠프 때 팀에 합류한 뒤 ‘투구 금지령’을 받았다. 인천고 3학년이었던 지난해 9월 U-18 야구 월드컵에서 불거진 혹사 논란에 두산은 일찌감치 김택연 보호에 들어갔다. 보물 다루듯 조심스럽게 아끼며 관리하고 있다.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야구 월드컵에서 김택연은 5일 연속 투구를 했다. 대회 규정상 4연투도 불가능하지만 우천 서스펜디드 게임이 겹치면서 5연투를 했다. 9월 6~7일 조별리그 푸에르토리코전에서 이틀간 각각 1⅔이닝 21구, 1⅓이닝 19구로 총 3이닝 40구 무실점을 기록하며 구원승을 올린 게 시작이었다. 이어 8일 슈퍼 라운드 미국전 1⅓이닝 16구, 9일 네덜란드전 1이닝 24구를 던지더니 10일에는 선발로 나서 7이닝 98구로 완봉승까지 해냈다. 5일 연속 마운드에 올라 12⅓이닝 동안 총 178구를 뿌렸다.

대회 전체 기간 9일 중 7일을 등판하며 6경기 16이닝 245구. 18세 어린 투수가 너무 많이 던졌다. 최고 152km 강속구를 뿌리며 2승1세이브 평균자책점 1.13으로 호투, 한국 동메달을 이끈 김택연은 찬사를 받았지만 이영복 대표팀 감독은 여론의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이어 11월 이천 마무리캠프 때 두산에 합류한 김택연은 피칭을 하지 않고 캐치볼, 수비 훈련,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관리에 주력했다. 이어진 신인 캠프에서도 팔과 어깨에 휴식을 주며 내달 호주 시드니에서 열리는 스프링캠프 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9일 KBO 신인 교육 때 만난 김택연은 “9월에 대표팀이 끝난 뒤부터 투구를 계속 쉬었다. 충분히 많이 쉬었고, 구단에서도 배려를 해주셨다고 생각한다. 마무리캠프 때도 이승엽 감독님께서 ‘절대 무리하지 말라’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페이스 조절을 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겨울 내내 투구 금지령을 받았지만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있다. 그는 “변화구로 스플리터, 커브 완성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고교 때는 좌타자를 상대할 때 백도어 슬라이더랑 직구만 좌우 코스로 던졌는데 프로에선 역회전 체인지업이나 스플리터 같은 좌타자에게 멀어지는 공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컨택이 좋고, 파워가 좋은 좌타자 선배님들을 상대할 때 그런 무기가 있어야 한다. 쉬면서 변화구 공부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고교 시절 강속구와 슬라이더 조합으로 타자들을 압도한 김택연이지만 프로에는 잘 치는 좌타자들이 많다. 좌타자 상대 무기가 없으면 버티기 어려운 리그다. 김택연 스스로 이 점을 인식하고 준비하는 점이 돋보인다.

투수 역대 최고 대우(12년 3억2500만 달러)로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일본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의 스플리터 영상을 보고 계속 보며 참조하고 있다. “야마모토 선수 투구 스타일이 너무 좋아 본받고 싶은데 스플리터 그립이랑 던지는 방법을 찾아봤다. 마무리캠프 때 박정배 코치님께서 알려주신 스플리터 그립도 있다. 다양하게 그립을 잡아보면서 내게 잘 맞는 것을 찾는 중이다. 피치 터널도 중요한데 야마모토 선수처럼 빠르게 가다 떨어지는 스플리터를 던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것이 김택연의 말이다.

김택연은 일찌감치 1군 스프링캠프 참가가 확정됐다. 불펜 즉시 전력으로 기대를 받는 그는 “불펜으로 간다면 마무리를 하고 싶다. 내게 의미가 있고, 해보고 싶은 자리”라며 “선발 욕심도 있다. 길게 이닝을 던지는 매력도 느꼈다. 하지만 보직은 팀에 필요한 부분에 맞춰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건강이다. 김택연은 “캠프에 가서도 제 페이스대로 던질 것이다. 누가 영상을 찍거나 감독님이 보시더라도 절대 무리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아프지 않고 한 시즌을 치르는 게 목표다. 그 이전에 1군 개막 엔트리에 들어 신인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목표인 신인왕을 받고 싶다. 그 상을 바라보고 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 목표를 갖고 하겠다. 1~2순위라고 무조건 잘할 거라는 보장은 없다. 누구를 의식하기보단 내가 생각하는 목표를 보고 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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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상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