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더 기뻐해줬다. 걱정도 하는데 잘 하라고 신신당부를 하더라.”

이제는 롯데 자이언츠 소속이 된 내야수 최항(29)은 이제 거대한 버팀목이었던 ‘형’ 최정(36)의 곁을 떠나서 홀로서기에 나서야 한다.

최항은 지난 22일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롯데의 지명을 받았다. SSG의 35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됐고 2차 드래프트 3라운드에서 내야 보강이 필요했던 롯데의 선택을 받았다.

최항의 친형인 최정은 SSG의 레전드다. SK와 SSG를 거치면서 통산 458홈런을 때려냈다. 소년장사에서 리빙 레전드로 거듭났다. 통산 최다 홈런 2위에 올라 있다. 이제 10개의 홈런만 더 쳐내면 이승엽 두산 감독의 467홈런 기록을 뛰어넘어 통산 홈런 1위에 올라설 수 있다.

최항의 곁에는 이런 최정이 있었다. 최항은 형인 최정을 보면서 야구선수를 꿈꿨고 201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8라운드 전체 70순위로 형이 뛰고 있던 SK에 지명 받았다. 1군 무대에서 형제가 함께 누비는 것은 2017년에서야 가능했다.

형인 최정이 KBO리그 홈런 역사의 한 획을 긋는 동안, 동생 최항은 실력을 온전히 보여주지 못했다. 활약을 할만 하면 부상으로 경기를 뛰지 못했다. 304경기 타율 2할7푼3리(704타수 192안타) 11홈런 94타점 OPS .725의 통산 성적을 기록했다.

최항은 이제 롯데에서 새출발을 한다. 최정 없이 처음으로 홀로서기에 나선다. 최항은 지난 25일 김해 상동구장에서 열린 납회식 자리에 참석했다. 2차 드래프트로 함께 뽑힌 오선진과 함께했고 롯데 동료들과 처음 인사를 나눴다.

최항은 “2차 드래프트에서 뽑힐 것이라는 생각은 없었는데 뽑아주셔서 뿌듯했다”라면서 “심적으로 뭔가 변화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면서 2차 드래프트로 이적하게 된 소감을 전했다.

형인 최정의 반응이 궁금했다. 최항은 “형이 저보다 더 많이 좋아해줬다. 롯데로 가서 하던대로 잘 해보라고 신신당부를 하더라. 응원도 하고 걱정 아닌 걱정도 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최항에게 최정은 버팀목이었다. 그는 “형과 처음으로 떨어져서 야구를 하게 된다. 해봐야 느껴질 것 같기는 하지만 특별한 느낌은 없다”라면서도 “그래도 든든한 느낌은 있었는데 그런 건 나이가 들면서 옅어지고 제가 해야할 것들만 생각이 나더라”라고 언급했다.

롯데 구단, 김태형 감독이 원하는 바를 이제 최항은 잘 수행해서 생존해야 한다. 함께 이적한 오선진을 비롯해서 내야진 경쟁을 위해서는 특별한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

최항은 “내야진 쪽에서 세밀한 것부터 해서 제가 더 좋은 도움이 될 수 있도록노력하겠다”라면서 “주전이든 백업이든 어떤 자리에서든지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럭 역할을 하고 싶고 구단도 원하는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부산이라는 도시에서의 새출발이 기대되기도 하다. 최항은 “사실 얼마 전에 2차 드래프트에서 뽑힐 줄 모르고 집을 계약했다. 그래서 다시 알아보고 있다. 계약을 취소할 수도 없다”라고 설명하면서 “부산에 오는 것을 좋아했다. 부산을 많이 놀러다니기는 했다”라고 웃었다.

각오는 당차다. 그는 “일단 재밌을 것 같다. 제가 어느 포지션에 설 것이라고 정해놓기 보다는 어느 위치에서든지 먼저 노력하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jhrae@osen.co.kr

[OSEN=김해, 조형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