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야구를 시작한 최승용(22·두산)이 프로 지명과 국대 승선도 모자라 일본 야구의 성지인 도쿄돔에서 강렬한 국가대표팀 데뷔전을 치렀다.

최승용은 지난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호주와의 첫 경기에 구원 등판해 1⅔이닝 1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뽐내며 대표팀의 3-2 연장 끝내기승리를 뒷받침했다.

최승용은 1-2로 끌려가던 8회 팀의 5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어려운 상황에서 국가대표 데뷔전이 성사됐지만 투구는 기대 이상이었다. 소속팀 두산에서 그랬듯 안정적인 제구력과 담대함을 앞세워 귀중한 아웃카운트 5개를 책임졌다.

최승용은 시작과 함께 첫 타자 버크와 스미스를 연달아 삼진 처리하는 위력투를 선보였다. 후속 에드워즈를 만나 좌측 깊숙한 곳으로 향하는 장타를 허용했지만 타자주자가 무리하게 2루를 노리다가 1루와 2루 사이서 런다운 아웃되는 행운이 따랐다. 이닝 종료.

2-2로 맞선 9회의 시작 또한 나이트의 헛스윙 삼진이었다. 이후 제구가 급격히 흔들리며 스펜스와 화이트필드를 연달아 볼넷 출루시켰지만 윙그로브를 다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보내며 한숨을 돌렸고, 2사 1, 2루서 정해영에게 바통을 넘겼다. 투구수는 33개.

정해영이 후속 홀을 삼진으로 잡고 이닝을 끝내며 최승용의 승계주자 2명이 지워졌다. “최승용이 8회초와 9회초를 잘 막아줬다”라는 류중일 대표팀 감독의 칭찬을 들은 완벽한 국가대표 데뷔전이었다.

최승용은 지금으로부터 2년 전 두산이 발굴한 좌완 유망주다. 소래고를 나와 2021년 신인드래프트서 두산 2차 2라운드 20순위로 뽑힌 그는 첫해 15경기 2홀드 평균자책점 3.93에 이어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승선해 7경기라는 귀중한 경험을 쌓았다. 한국시리즈라는 큰 무대에서 3경기 1⅔이닝 무실점의 강심장을 선보이며 향후 두산을 이끌 좌완투수로 주목받았다.

놀라운 건 최승용이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주말 취미반으로 야구를 하다가 3학년 때 본격적으로 엘리트 야구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고교 시절 유연한 투구폼과 함께 직구, 슬라이더, 커브, 스플리터 등 다양한 구종을 구사했고, 제74회 황금사자기에서 소래고가 우승후보 야탑고를 꺾고 16강에 진출하는 데 기여했다.

최승용은 작년 2월 울산 스프링캠프에서도 한 차례 이슈가 된 바 있다. 당시 ‘국보’ 선동열 전 감독이 베어스의 일일 투수 인스트럭터로 변신해 두산 투수들을 유심히 살펴봤고, 최승용의 투구를 유심히 지켜본 뒤 “네게는 진짜로 해줄 말이 없다”는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최승용은 올해 ‘국민타자’ 이승엽 감독의 눈에도 들며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고, 34경기 3승 6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97의 인상적인 기록을 남겼다. 전반기 성장통을 겪으며 선발과 불펜을 오가야했지만 후반기 들어 안정을 되찾으며 15경기 1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1.90으로 두산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힘을 보탰다. 아울러 NC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도 1이닝 1탈삼진 무실점 10구로 호투하며 큰 경기에 강한 면모까지 뽐냈다.

최승용은 지난 8월 말 발표된 APBC 예비 엔트리 명단 62인에 들지 못해 첫 국대의 꿈을 접었으나 9월과 10월 활약에 힘입어 대표팀에 깜짝 발탁됐다. 그리고 데뷔전부터 일을 내며 류 감독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대표팀과 두산의 미래를 모두 밝힌 1⅔이닝 역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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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후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