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7667일 만의 한국시리즈. LG 무려 4개의 실책으로 무너졌다. 삼중살에 홈 보살까지 호수비들도 있었지만 1점차 패배와 함께 4개의 실책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LG는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1차전에서 KT에 2-3으로 패했다. 선발투수 케이시 켈리가 6⅓이닝 2실점(1자책)으로 호투했지만 타선이 2득점으로 묶였다. 9회 마무리 고우석이 결승점을 내줬다.

LG의 한국시리즈는 지난 2002년 대구 시민구장에서 치러진 삼성과의 6차전(9-10 끝내기 패배) 이후 무려 7667일 만이었다. 21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기다려온 한국시리즈로 기대감만큼 중압감도 큰 경기. 지난달 15일 잠실 두산전 정규시즌 최종전 이후 22일의 실전 공백으로 인해 경기 초반 감각 문제가 걱정거리였다.

우려대로 경기 초반에는 몸이 풀리지 않은 모습이었다. 1회 시작부터 KT 김상수가 중전 안타를 치고 나간 뒤 2루 도루를 했다. 이 과정에서 LG 포수 박동원의 송구가 원바운드가 됐고, 2루수 신민재의 글러브를 맞고 옆으로 튀면서 한 베이스를 더 내줬다. 박동원의 송구 실책. 계속된 무사 3루에서 황재균의 유격수 땅볼 때 3루 주자 김상수가 홈에 들어와 선취점을 내줬다.

2회에도 실책이 나왔다. KT 선두타자 장성우의 평범한 땅볼 타구를 3루수 문보경이 바운드를 맞추지 못했다. 포구 실책. 배정대의 안타로 무사 1,2루 위기가 이어졌지만 여기서 LG 수비의 기민한 플레이가 빛났다. KT 문상철의 보내기 번트가 앞으로 굴러가지 않고 포수 앞에 멈췄고, 박동원이 빠르게 3로루 송구했다.

문보경은 송구를 받아 2루 주자를 포스 아웃시킨 뒤 러닝스로로 1루에 던졌다. 타자 주자까지 재빨리 병살타로 연결했다. 이 순간 1루 주자 배정대가 2루를 지나 3루로 파고들었다. 1루 베이스커버를 한 2루수 신민재가 1루에서 3루로 송구했고, 문보경이 그 공을 넘어지는 듯한 자세로 받아 배정대를 태그 아웃하며 순식간에 이닝 종료. 2004년 한국시리즈 7차전 현대(1회 삼성 양준혁 타석) 이후 한국시리즈 역대 두 번째 삼중살이었다.

LG는 4회에도 실책이 나왔다. 1사 1,2루에서 KT 장성우의 우중간 적시타 이후 중계 플레이 과정에서 유격수 오지환의 홈 송구가 옆으로 완전히 빗나갔다. 백업 플레이를 들어간 투수 켈리가 뒤로 빠진 공을 잡아 홈으로 던진 것이 또 옆으로 빠지며 포수 박동원이 흘렸다. 그 순간 3루에서 주춤주춤하던 알포드가 홈으로 뛰었다. 그 사이 LG는 1루수 오스틴 딘이 빠르게 홈 커버를 들어왔고, 박동원의 송구를 받아 알포드를 태그 아웃시켰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재빠른 베이스 커버 플레이가 빛났다.

6회에는 호수비 퍼레이드였다. 1사 후 황재균의 중전 안타성 타구를 2루수 신민재가 벤트레그 슬라이딩으로 캐치한 뒤 스텝을 밟지 않고 다이렉트로 1루에 송구했다. 몸의 반동을 이용하면서도 역동작에서 정확한 송구로 아웃을 잡아냈다. 이어 알포드의 좌측 워닝 트랙 근처까지 가는 큼지막한 타구에도 호수비가 나왔다. 슬라이스가 살짝 걸려 잡기 까다로운 타구였지만 문성주는 타구를 놓치지 않고 따라가 자연스런 슬라이딩 캐치에 성공했다. 투수 켈리는 또 한번 양팔을 들어 환호했다.

7회에는 실점을 막는 수비가 이뤄졌다. 2사 1,2루에서 KT 대타 김민혁의 1~2루 사이를 빠져나가는 우전 안타를 쳤다. 2루 주자 장성우가 홈으로 뛰었지만 LG 우익수 홍창기의 홈 송구가 원바운드로 정확하게 들어왔다. KT에서 태그 아웃 여부에 대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원심 그대로 아웃. 실점을 막은 홍창기의 기막힌 홈 보살이었다.

그러나 이런 수비들이 승리로 이어지지 않았다. 타선이 1회 2점을 낸 뒤 KT 타선에 꽁꽁 묶였다. 9회 2사 후 마무리 고우석이 배정대를 9구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내보낸 뒤 문상철에게 좌측 펜스를 맞는 1타점 2루타를 허용했다. 이 과정에서 중계 플레이를 하던 오지환이 또 홈으로 던진 게 실책으로 이어졌다. 문상철이 3루까지 가면서 한 베이스를 더 내준 실책. 고우석이 오윤석을 삼진 처리하며 추가 실점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아쉬운 수비들이 이어졌다. 오지환이 중계 플레이를 하다 2개의 송구 실책을 기록했다.

경기 후 염경엽 LG 감독은 “실점과 크게 연결된 부분은 없었다. 안 던져야 할 공을 던지면서 실책이 일어났다. 내일 경기에선 충분히 커버도리 수 있는 부분이다.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염 감독 말대로 실점으로 이어진 실책은 없었지만 1차전 패배로 인한 부담이 2차전 수비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염려가 있다.

/waw@osen.co.kr

[OSEN=잠실, 이상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