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최인호는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는 수필집에서 ‘사랑과 희생, 투정과 반목, 그리고 어렵던 시절의 소담스런 풍경들…. 치매에 걸려 온가족을 힘겹게 하는 어머니가 짐스러웠 던 나…. 하지만 어머니는 우리들 모두의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있다’는 참회의 사모곡을 절절이 읊었습니다.

어머니는 영원불멸의 이름인 것입니다.

이승엽(31. 요미우리 자이언츠)이 지난 6일 어머니를 여의었습니다. 향년 57세, 짧다면 짧은 세월 이 시대의 뛰어난 한 야구선수의 뒷바라지에 오롯이 한평생을 바쳤던 어머니로 우리는 기억합니다.

빈소에서 만난 이승엽은 이 세상에 존재가 가뭇없어진 어머니의 생각에 애통함을 감추지 못했고, 이승엽의 부친 이춘광(64) 씨는 눈물을 줄줄 흘렸습니다.

이승엽의 어머니 고 김미자 씨를 처음 뵌 것은 9년 전, 1998년 8월께였습니다. 이승엽이 1997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처음으로 홈런왕에 올랐고, 그 해에도 두산의 외국인 선수 우즈와 홈런왕 다툼을 벌이는 등 강타자로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자연 이승엽의 부모에게 눈길이 갔습니다. ‘어떻게 해서 자식을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강타자로 기를 수가 있었을까’하는 소박한 의문을 품고 대구로 가서 이승엽의 부모를 만났습니다. 당시 <일간스포츠> 야구부가 기획한 ‘수요일에 만난 사람들’ 시리즈물의 일환이었습니다.

이승엽의 어머니는 여느 어머니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치맛바람’이 드센 곳이 우리네 운동세계입니다만 대부분의 한국의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이승엽의 모친은 유난스럽지도 않았고 그저 그림자처럼 조용히, 애면글면 자식의 뒷바라지에만 정성을 쏟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로부터 3년 세월이 훌쩍 흘러 2002년 초 느닷없이 이승엽의 모친이 무서운 병에 걸렸다는 걸 알게됐습니다. 그 해 1월15일 모친은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뇌종양 제거수술을 3차례나 받았고 7월에 퇴원, 대구 자택에서 요양했습니다.

그 사이 이승엽의 부친을 만났습니다. 아내의 간병에 여념이 없었던 그는 “이제 승엽이도 운동을 제대로 하고, 좀 살만해 지니까…”라며 말을 채 잇지 못하며 눈시울을 붉히더군요.

모친은 그 해 8월25일 아들의 경기모습을 보려고 남편, 딸과 함게 모처럼 대구구장을 찾았습니다. 이승엽은 그날 어머니가 지켜보는 앞에서 시즌 38호 홈런을 날렸습니다. 하지만 모친은 아무런 기쁨을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모친은 투병 초기에는 아들이 대구집에 다녀갈 때면 “왔나, 몸다치지 말고…”라는 말만 건넸다고 합니다. 1998년 여름에 모친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들이 운동을 마치고 ‘엄마’를 부르며 집에 들어올 때 항상 집안에 있어야 정서적으로 안정이 된다”는 생각으로 지낸다고요.

5년간 사물분간도 제대로 못하고 낯익은 사람들이 찾아오면 눈물만 흘려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던 이승엽의 어머니. 그 어머니가 믿는 아들은 이제 일본무대에서도 펄펄날며 그야말로 아시아 최고의 타자로 발돋움했는데, 그만 하늘나라로 떠나셨습니다.

6일 밤 대구 파티마병원, 이승엽 어머니의 빈소에는 삼성 라이온즈 김재하 단장, SK 이만수 코치, 박노준, 이용철 야구해설위원,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중인 삼성 포수 현재윤, 삼성 에이스인 배영수 등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이승엽은 못다부른 어머니라는 이름을 목놓아 외치며 ‘어머니의 이름으로 팀 우승을 일궈내겠다’는 다짐을 수없이 되뇌이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우리의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곰비임비 이승엽 모친의 명복을 빕니다. chuam@osen.co.kr

[OSEN=홍윤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