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9월, 롯데 자이언츠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출신 성민규 단장을 선임했다. 젊고 신선한 새 단장은 '프로세스'를 키워드로 내세워 최첨단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이어갔다.

인터뷰에 나선 성민규 단장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필자는 '롯데가 달라질 수도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을 가진 적도 있었다. 하지만 돌이켜 보니 허울뿐이었다. 4년이 지난 지금 과연 무엇을 했고 프로세스의 효과는 무엇인지 묻고 싶다.

롯데는 강민호가 삼성으로 이적한 뒤 포수난에 시달렸다. 이지영과 김태군이 FA 시장에 나왔을 때 계약 조건을 제시하고 48시간 안에 답을 달라고 했다.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선수에게 사형 선고를 하는 것도 아니고 시간을 정해놓고 답을 달라고 하는 건 제대로 된 협상인가 싶었다. 필자가 확인한 바, 이지영과 김태군에게 제시한 조건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롯데는 이지영과 김태군 대신 지시완을 트레이드로 영입해 안방을 보강하겠다고 했다. 지시완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이미 기량적인 측면에서 1군 즉시 전력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 선수다. 특히 포수로서 송구에 뚜렷한 약점이 있고 블로킹 능력이 부족해 투수들의 선호도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끊이지 않았다. 예상대로 영입 효과는 미비했다.

몇 년 후 FA 시장에 박동원과 유강남이라는 대형 포수 2명이 매물로 나왔다. 야구계에서는 박동원이 한 수 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롯데의 선택은 달랐다. 유강남에게 4년 총액 80억 원을 안겨줬다. LG는 박동원과 65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성적만 놓고 봐도 LG의 선택이 옳았다. 이지영 또는 김태군을 영입했다면 성적과 비용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을 거다.

롯데는 성민규 단장 부임 후 타 구단에서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은 코치들을 불러 모았다. 어찌 보면 제 식구 챙기기에 가까웠다. 과거 롯데에서 뛰었던 정말 롯데를 사랑하는 이들을 코치로 영입했다면 팀 분위기는 더 좋아졌을 가능성이 높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팀 성적을 내기 위해 결속하기보다 생명 연장의 꿈을 안고 줄타기에 몰두하는 이들이 더 많았다.

부임 초기 주창해온 각종 최첨단 시스템 또한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 한 걸음씩 나아가도 모자랄 판에 뒷걸음만 쳤다. 이렇게 성민규 단장의 프로세스는 성공은커녕 치명적인 오류로 초라하게 막을 내렸다.

롯데는 김태형 감독을 새롭게 영입하고 차기 단장을 물색 중이라고 밝혔다. 누가 새 단장이 될지 모르겠지만 두 번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그나저나 롯데의 잃어버린 4년은 누가 책임져야 하나.

/채태인 타격 연구소 대표

# 채태인 타격연구소 대표는 2007년 해외파 특별지명으로 KBO리그에 데뷔해 삼성, 넥센, 롯데, SK에서 뛰었다. 통산 1241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9푼8리 1162안타 127홈런 678타점 481득점을 기록했다. 현역 은퇴 후 아마추어 지도자를 거쳐 현재 부산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야구 교실을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