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사 심판이 바로 페어선언을 했더라도 한유섬이 2루로 가지 못했을 거라고 판단해서 아웃처리를 한 것이다.”

지난 21일 SSG 랜더스 선수단은 황당한 상황을 겪어야 했다. 1-2 패배 결과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는 진 팀이지만, 그들을 충분히 납득시키지 못할 과정이 있었다.

7회까지 0-2로 끌려가던 SSG는 8회말 천금같은 역전 기회를 잡았다. 추신수가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난 뒤 에레디아가 볼넷을 골랐다. 이어 최정이 우익선상 2루타를 쳤다. 1사 2, 3루에서 한유섬이 볼넷을 골라 만루가 됐다.

박성한이 바뀐 투수 유영찬의 4구째에 타격했고, 타구는 1루 선상을 따라 날아갔다. 그 타구는 그대로 우효동 1루심 몸에 맞았다. 2루타성 타구가 내야 땅볼이 됐다.

그 순간 1루 주자 한유섬은 2루로 뛰려다가 1루심을 쳐다봤다. 파울인지 페어인지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1루심은 페어 선언을 하지 않았다. 애매하게 팔을 들었다. 심판 콜이 불분명한데 선수는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한유섬은 다시 1루 베이스를 밟았다. 우효동 1루심은 페어 선언은 하지 않았다. SSG 선수단은 볼데드나 파울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LG 측에서 페어/파울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일단 타구가 1루수 김민성 글러브에 스친 것으로 판독되면서 페어가 됐다. 즉 박성한의 타구에 홈을 통과했던 3루 주자 에레디아의 득점은 인정됐다.

문제는 한유섬이 아웃된 부분이다. “2루 진루 의사가 없었다”고 본 것이다. 김원형 감독이 10분 넘게 강하게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비디오판독에 대한 항의로 퇴장 조치를 받았고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KBO는 심판진 판정을 두고 “타구가 1루수 글러브를 스치고 지나가 페어 선언이 됐다”며 “이후 심판을 맞으면서 인플레이 상황이 됐다. 비디오 판독센터에서는 공이 심판을 맞고 플레이가 멈췄지만, 설사 심판이 바로 페어선언을 했더라도 한유섬이 2루로 가지 못했을 거라고 판단해서 아웃처리를 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 부분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이 나왔다. ‘페어 선언을 했더라도 한유섬이 2루로 가지 못했을 것이다’고 가정을 한 것이다. 김원형 감독도 이 부분을 따졌다. 하지만 받아들여주지 않았다. 누구도 납득하지 못하는 부분으로 남았다.

한유섬은 ‘가상 아웃’이 됐다. 김민성의 다음 플레이가 어떻게 될지 마치 꿰뚫어 보는 것처럼 판정을 내려버렸다. KBO는 우효동 1루심에게만 징계를 내렸다. 일단 룰을 잘못 적용한 부분은 인정했다.

KBO는 “21일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LG-SSG전에서 매끄럽지 못한 경기 운영으로 혼란을 초래한 우효동 심판위원에게 출장 정지 조치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우효동 1루심은 8회말 SSG 공격 1사 만루 SSG 박성한의 타구가 심판위원에게 맞고 굴절된 후, 공식야구규칙 5.06 (c) 볼데드 (6)을 오적용하여 인플레이를 선언해야 했으나 볼데드를 선언하여 경기 진행에 혼란을 초래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징계를 받은 우효동 심판위원은 오늘(22일) 이후의 올 시즌 잔여 경기에 출장하지 못한다. 명확한 콜을 하지 못한 잘못은 있다.

하지만 우효동 심판위원이 전부 잘못한 것일까. 김원형 감독도 “결과가 바뀌지 않는다는 것 알지만 현장 심판들 통해 비디오판독 센터에 잘못된 판독이라고 전했다”고 당시 상황을 말했다.

김 감독은 “파울/페어만 봤으면 되는 거였다. 잘못된 판독이다. 바뀌지 않는다는 것 알고 있지만, 1루심이 팔을 들어 올렸기 때문에 우리는 파울로 봤다. 그런데 이후 말도 안 되는 판독 결과가 나왔다. 이게 다음 플레이에 대해 가정을 하고 판독을 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유섬이 2루로 가지 못하고 아웃됐을 것이라는 가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김민성이 타구를 잡고 2루가 아닌 3루로 던졌을 수도 있고, 홈으로 던졌을 수도 있다. 2루로 던졌어도 악송구가 됐을 수도 있다. 그렇게 가정을 하면 SSG는 경기를 뒤집을 수 있다. 규정에 없는 부분을 판독센터에서 새로 만들어버렸다.

이 문제는 앞으로 되짚어봐야 한다. 혼란 속에 정용진 SSG 구단주까지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황당한 상황에 패배까지 안은 선수들을 안타까워했다.

SSG 구단은 “오전 11시 30분에 구단주님이 KBO에 직접 방문해 허구연 총재와 30분간 대화를 나눴다”고 알렸다. 이어 “21일 논란이 있었던 판정으로 안타깝게 패배한 야구단 선수들의 사기 진작과 프로야구 운영을 책임지는 KBO의 사명감을 당부하기 위해 KBO를 찾아 허구연 총재를 면담했다”고 설명했다.

정 구단주는 “선수들이 죽을힘을 다해 뛰고 팬들이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건 경기가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전제 때문”이라며 “우리 구단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공 하나에 인생을 건 선수들을 위해 사명감을 가져달라”고 허 총재에게 부탁했다.

1승, 1승이 중요한 시기에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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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인천,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