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 같다. 지금껏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린 적이 없었다. KBO리그 일정도 하염없이 길어지고 있다.

20일 오후 6시30분 열릴 예정이었던 2023 KBO리그 잠실 NC-두산전, 수원 LG-KT전, 대전 롯데-한화전, 광주 키움-KIA전, 대구 SSG-삼성전 등 전국 5개 구장 경기가 모두 우천 취소됐다.

수원 LG-KT전만 10월2일 월요일 경기로 재편성된 가운데 나머지 4개 구장 경기는 예비일이 없어 10월11일 이후로 밀리게 됐다.

역대 최다 90G 취소, 지금껏 이런 적 없었다

지난 6월29일, 8월29일에 이어 올해만 3번째 5개 구장 전경기 우천 취소로 KBO리그 일정이 끝없이 밀리고 있다. 이날까지 올 시즌 KBO리그의 취소 경기는 무려 90경기가 된다. 지난해 총 49경기가 취소됐는데 올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KBO리그 역대 최다 기록이다.

급격한 기후 변화 영향으로 4월 봄부터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4월12일 잠실 키움-두산전 미세먼지 취소 1경기 포함 10경기가 밀렸다. 모두 비의 영향이었다. 5월에는 어린이날 주말 3연전에만 15경기 중 10경기가 취소되는 등 봄비가 기승을 부리며 17경기가 취소됐다.

6월말부터 본격적인 장마철이 되면서 우천 취소가 급증했다. 6월 9경기에 이어 7월에만 17경기가 미뤄졌다. 이에 그치지 않고 태풍까지 찾아온 8월에는 월간 최다 22경기가 줄줄이 취소됐다. 입추, 처서가 지난 9월에도 늦장마가 이어져 이날까지 15경기가 추가로 열리지 않았다.

월요일, 더블헤더까지 했는데…11월 야구 불가피

KBO는 지난 7월20일 주말 취소 경기에 한해 월요일 경기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잔여 경기 일정을 발표하며 더블헤더도 10차례 편성했다. 일정이 더 이상 미뤄지지 않기 위해 월요일, 더블헤더 모두 편성을 했지만 이후에도 24경기가 추가로 취소됐다.

예비일이 없어 10월11일부터 추가 편성해야 할 경기만 16경기나 된다. NC, 두산, KIA 등 5경기씩 추후 재편성해야 하는 팀만 3개나 된다. 이에 따라 정규시즌 종료일은 아무리 빨라도 10월15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 포스트시즌이 10월16일 시작한다고 쳐도 한국시리즈까지 최소 3주에서 최대 4주는 잡아야 한다.

지난해에는 10월11일 정규시즌 일정을 모두 마친 뒤 13일부터 포스트시즌을 시작했다. 6차전에서 끝난 한국시리즈는 11월8일에 종료됐다. 지금 속도라면 올해는 11월10일 넘어서까지 일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겨울 야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KBO리그 일정이 가장 늦게까지 미뤄진 해는 2020년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5월에 시즌을 개막한 2020년 11월24일 한국시리즈 6차전이 끝났다. 코로나19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2021년에도 11월18일에 한국시리즈 4차전이 마감됐다. 추운 날씨를 대비해 2년 연속 한국시리즈는 고척돔 중립 경기로 치러졌다. 코로나19를 제외하면 2018년에 가장 오래 야구했는데 그해 한국시리즈 6차전이 11월12일 잠실구장에서 끝났다. 고척좀이 아닌 야외 구장 기준으로 야구가 가장 늦게 끝난 해였다.

올해는 시즌 후 국제대회가 예정돼 있어 KBO의 머리가 아프다. 오는 11월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도 KBO리그 소속 유망주들이 참가해야 한다. 비로 일정이 또 미뤄지면 정상적으로 일정을 맞추기 어렵고, 대회 준비를 하기에도 시간이 촉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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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상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