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서 6년간 셋방살이 하라고?

서울시가 잠실돔구장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잠실야구장에 3만석 규모의 폐쇄형 돔구장을 2032년까지 완공하겠다는 것이다. 야구계 전체가 환영할 일이다. 2026시즌부터 공사를 해야하니 잠실구장을 비우라는 조건도 함께였다. 그러니까 2025시즌을 마치면 방을 빼야 한다.

어이없는 일은 대체 구장도 마련하지 않고 턱하니 공사계획을 밝혔다는 것이다.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는 난감해졌다. 당장 셋방살이를 할 곳이 찾아야 한다. 서울에서 야구를 할 수 있는 곳은 딱 두 곳이다. 고척 스카이돔과 목동 야구장이다. 고척돔은 키움 히어로즈와 한 지붕 두 가족 생활을 해야 한다.

목동구장은 아마야구가 열리는 곳이다. 주변에 주택단지가 밀집되어 있어 소음 문제 등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프로야구를 열기에는 시설도 열악하다. 프로야구단이 가면 아마야구 대회와 겹친다. 이런 저런 문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 두 구단은  대체구장 후보지로 잠실종합운동장을 선호하고 있다.

리모델링을 거치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두 구단의 생각이다. 롯데 자이언츠의 사직구장도 현재 부지에 새로운 옥외 구장을 짓기로 했다. 대신 인근 아시아드 주경기장으로 개조해 임시 사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그런데 서울시측은 사람들이 많이 몰려 공사중에 사고가 날 우려가 있다면서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가 아닐 수 없다. 사고가 안나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서울시는 야구인과 야구팬들에게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야구의 메카이자 산실이었던 동대문 야구장을 없애버린 것은 두고 두고 아쉬움을 낳고 있다. 1959년 건립된 동대문 야구장은 한국아마야구의 산실이자 성지와도 같은 곳이었다. 1970~1980년대 고교대회 붐을 일으켰고 프로야구 공식 개막전이 열린 곳이었다.

그런데 2007년 서울시가 다자인 콤플렉스와 다목적 공원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인근 동대문시장과 평화시장 등과 연계해 패션산업의 메카로 육성하겠다는 것이었다. 결국 동대문 야구장은 2009년 헐리면서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KBO와 대한야구협회는 이를 막지 못하고 한국야구의 메카를 허무하게 잃었다. 동대문 야구장 자리에 돔구장을 지었다면 서울시의 랜드마크가 됐을 것이라는 아쉬운 목소리들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서울 시정의 책임자가 지금의 오세훈 시장이었다. 서울시는 이번에는 대체구장 대안없이 LG와 두산구단에게 일방적으로 2년 후에 방을 빼라는 식의 행정을 펼치고 있다. 그것도 6년간이나 셋 방 살이를 하라는 계획을 내놓았다.

동대문구장을 없애는 것처럼 일방적이다. 잠실야구장에는 연간 150만 명 이상의 관중들이 찾는다. 두 구단과 충분히 협의를 통해 납득할 만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sunny@osen.co.kr

[OSEN=이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