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창단 첫 9위 수모를 겪으며 신인드래프트에서 모처럼 상위 라운드 지명을 한 두산 베어스. 인천고 김택연은 두산 1차 지명 잔혹사를 청산할 수 있을까.

두산 베어스는 지난 14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4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인천고 우완투수 김택연을 지명했다. 두산은 이례적으로 등번호 2024에 김택연의 이름이 새겨진 홈 유니폼을 직접 준비하며 1라운드로 뽑힌 특급 유망주를 환영했다. 두산 구단의 김택연을 향한 기대치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김택연은 최고 150km 초반대의 포심패스트볼을 구사하는 우완 파이어볼러로, 고교야구에서 안정적인 제구력으로 이름을 날렸다. 올해 13경기 64⅓이닝 동안 7승 1패 평균자책점 1.13 97탈삼진 WHIP 0.66의 호투를 선보였고, 최근 U-18 야구 월드컵에서 8일 동안 5연투에 247구를 던지는 투혼을 펼치며 한국 청소년대표팀의 동메달을 견인했다. 투혼보다는 혹사 논란으로 주목을 받았다.

두산은 왜 김택연을 가장 먼저 뽑았을까. 두산 스카우트팀은 “이번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김택연을 지명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김택연의 수직 무브먼트는 KBO리그에서도 상위 레벨이다. 단장님이 지명 배경으로 말씀하셨 듯 향후 몇 년 안에 두산 베어스의 뒷문을 든든히 지켜줄 것이다”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두산은 KBO리그 10개 구단 가운데 뎁스가 두터운 팀으로 통한다. 유망주가 끊임없이 나오는 ‘화수분야구’로 KBO리그 최초의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해냈다. 스카우트팀의 남다른 안목과 이천 베어스파크의 첨단 시설은 두산 만이 가진 강점이다. 다만 최근 6년 간 신인드래프트는 풍년보다 흉년에 가까웠다. 특히 매 시즌 가장 먼저 선발하는 1차 지명 선수들의 잔혹사가 끊이질 않았다.

두산의 마지막 1차 지명 성공 사례는 배명고의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로 불렸던 2018 1차 지명 곽빈이다. 곽빈은 지난해 8승을 거쳐 올해 마침내 10승 투수가 되며 KBO리그 에이스 반열에 올라섰다.

그러나 그 이후로 1차 지명의 명맥이 끊겼다. ‘휘문고 오타니’ 김대한을 2019 1차 지명했지만 여전히 알을 깨지 못하는 상황이며, 2020 1차 지명 이주엽은 데뷔 첫해 4경기 평균자책점 8.10을 남긴 뒤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2021년에는 2004년 김재호 이후 무려 17년 만에 내야수 1차 지명을 결정하며 안재석을 뽑았다. 그러나 잦은 부상과 부진 속 김재호 후계자 심사에서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좌완 이병헌은 팔꿈치 수술에도 2022년 1차 지명됐지만 성장이 더디며, 전면드래프트 전환 이후 처음 뽑은 2023년 1라운드 9순위 최준호의 경우 아직 1군 데뷔도 못했다. 퓨처스리그 기록도 6경기 1패 평균자책점 6.05로 저조한 편.

과연 김택연이 곽빈 이후 끊긴 두산 첫 번째 픽의 명맥을 부활시킬 수 있을까. 두산맨이 된 김택연은 “두산은 야구를 워낙 잘하는 팀이다. 항상 포스트시즌이나 한국시리즈를 보면 두산이 올라가 있다. 그런 팀의 일원이 돼서 기쁘”라며 “나도 내년부터 바로 경기에 나설 수 있도록 준비를 잘 해야할 것 같다”라고 성공적인 프로 생활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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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후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