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레전드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데얀(42, 몬테네그로)이 황선홍 감독을 노골적으로 저격해 관심을 모았다. 하필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이 참패한 직후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심장하게 여겨지고 있다.

데얀은 2007년 인천에서 시작해 FC서울, 수원 삼성, 대구FC까지 12년을 K리그에서 뛰었다. 서울에서 8년을 보내면서 3차례 리그 우승(2010, 2012, 2016년)을 경험했다. K리그 최초 3연속(2011~2013년) 득점왕에 올랐고 MVP도 한차례(2012년) 수상했다.

데얀은 7일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넜던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블로그에 올려 황선홍 감독을 대놓고 저격했다. 데얀은 현역시절 가장 힘들었던 지도자로 황선홍 감독을 꼽았다.

황 감독은 지난 2016년부터 서울 지휘봉을 잡았으나 2018년 4월 자진 사퇴했다. 최용수 감독이 중국 장쑤로 부임하면서 후임으로 사령탑에 오른 황 감독은 부임 첫 해 리그 우승과 FA컵을 거머쥐었다. 올해의 감독상까지 가져갔다.

하지만 2017년 서울은 5위로 급격하게 추락했다. 무엇보다 데얀 등 외국인 선수와 불화설이 나오면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에도 실패했다. 결국 2018년 중도하차, 불명예 퇴진했다.

데얀은 황 감독에 대해 "축구적으로는 아이디어가 좋았지만, 선수단 관리 능력이 빵점이었다"면서 "본인이 FC서울의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그건 큰 실수였다. FC서울은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다"라고 혹평했다.

이어 그는 "황 감독은 FC서울을 개인의 팀처럼 대했다. 감독이 떠난 지 5년이 흘렀는데도 팀은 여전히 원래 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도자는 선수마다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황 감독은 그런 부분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데얀은 "황 감독은 일본 J리그, 월드컵 등 국제 경험이 풍부한 지도자다. 그래서 외국인 선수들과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 더 놀라웠다"면서 "황 감독은 오자마자 팀의 주축이었던 외국인 선수들을 공격했다"고 씁쓸하게 과거를 돌아봤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데얀은 "자신보다 선수들이 돋보이는 상황을 견디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때 우리는 성적이 잘 나왔고 특히 외국인 선수들의 인기가 좋았다"면서 "감독은 그런 상황을 참지 못했다"고 허탈해 했다.

데얀은 "아무리 스타 출신 감독이라도 한 구단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자리 잡은 문화를 부정하는 건 옳지 않다"면서 "당시 FC서울은 좋은 팀이었다. 운전석에서 핸들만 잡으면 리그 최고의 감독이 될 수 있는데, 황 감독은 모든 걸 부정하면서 바꾸려고 했다"고 비판했다.

데얀의 이 글은 시기적으로도 황 감독에게 좋지 않은 상황에 공개됐다. 황 감독이 이끄는 U-23 대표팀은 전날인 6일 창원축구센터 주경기장서 열린 카타르와 하나은행 후원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예선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0-2로 패했다. 전반에 내준 실점을 만회하지 못했고 후반 골키퍼와 수비수간 사인이 맞지 않은 실수까지 더해지면서 참패를 당했다.

황선홍호는 이번 예선을 통과해야 파리 올림픽 아시안 최종 예선 격인 AFC U-23 아시안컵 본선에 진출할 수 있다. 이번 예선에서는 11개조 각 조 1위팀과 조 2위 중 상위 4개팀, 그리고 본선 개최국 카타르까지 총 16개 팀이 U-23 아시안컵 본선에 오른다.

다행히 U-23 아시안컵 본선 개최국 카타르는 이미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그런 만큼 이 경기 결과는 조별리그 순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황선홍에는 다행스런 점이다. 한국은 오는 9일 키르기스스탄, 12일 미얀마와 차례로 만난다.

하지만 이날 패배는 황선홍 감독에게 적지 않은 타격이었다. 불과 며칠 남지 않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대한 불안감은 물론 파리 올림픽 본선행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데얀의 블로그 글은 황 감독의 입지를 더욱 흔들 수 있는 것이었다.

황선홍 감독은 지난해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U-23 아시안컵 2연패 도전에도 실패한 바 있다.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황선홍호는 당시 대회 8강에서 일본 대표팀에게 0-3으로 대패, 사상 처음으로 4강 진입에 실패하는 굴욕을 당한 바 있다.

데얀은 FC서울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데얀은 "2017 시즌이 끝나갈 즈음에 구단은 나와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설명이나 대화는 일절 없었다"면서 "구단의 판단은 존중한다. 하지만 나는 유소년이나 잠깐 왔다 떠나는 외국인이 아니었다.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에 최소한 내 생각이나 향후 거취를 물어볼 수는 있지 않았을까?"라고 섭섭해 했다.

"시즌 종료 후, 집으로 돌아갈 날을 잡았다. 출국 하루 전 아침에 구단으로부터 전화가 왔다"는 데얀은 "왜 연락도 없느냐고 내게 물었다. 내 의사를 묻지도 않고 재계약하지 않겠다는 구단에 어떻게 내가 먼저 연락하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어쨌든 그날 바로 구단을 찾아갔다. 나와 헤어지기로 결심한 이유라도 듣고 싶었다. 단장과 나는 점심을 먹은 후에 구단 사무실에 갔다. 그곳에서 내가 받은 건 FC서울의 머플러와 곰인형뿐이었다"고 밝혔다.

또 "이곳에서만 200골 가까이 넣었던 선수와 작별하는 방식이 점심 식사, 곰인형, 머플러 선물이라니! 조금은 다른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지 않았을까?"라면서 "그 정도로 '제로 리스펙트'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서울에 대한 섭섭함도 감추지 않았다. /letmeout@osen.co.kr

[OSEN=강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