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블랜드 가디언스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 호세 라미레즈(31)가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퇴장을 당했다. 11년간 통산 1243경기를 뛰면서 한 번도 퇴장이 없었던 모범 선수였지만 단단히 화가 난 나머지 주먹까지 썼다.

라미레즈는 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필드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홈경기에 3번타자 3루수로 선발출장, 6회 벤치 클리어링과 난투극의 중심에 서며 데뷔 첫 퇴장 명령을 받았다.

클리블랜드가 0-5로 뒤진 6회 1사 2루에서 라미레즈는 좌측 1타점 2루타를 터뜨렸다. 2루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했는데 베이스 커버를 들어온 화이트삭스 유격수 팀 앤더슨의 가랑이 사이로 들어갔다. 이때 두 선수 사이에 언쟁이 붙었고, 자리에서 일어난 라미레즈가 앤더슨에게 삿대질했다.

앤더슨이 라미레즈를 밀치더니 글러브를 벗어던진 뒤 복싱 자세를 취했다. 이에 질세라 라미레즈도 가드를 올리더니 주먹 다짐으로 번졌다. 앤더슨이 먼저 주먹을 날렸지만 라미레즈의 라이트훅에 왼쪽 턱을 맞고 휘청이며 쓰러졌다. 그 사이 양 팀 선수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집단 몸싸움을 했다.

동료들이 두 선수를 말리면서 상황이 정리되는가 싶었지만 양 팀 감독들의 언쟁이 붙으면서 집단 난투극으로 커켰다. 주먹을 주고받은 라미레즈와 앤더슨뿐만 아니라 테리 프랑코나 클리블랜드 감독, 페드로 그리폴 화이트삭스 감독도 같이 퇴장당했다. 클리블랜드 투수 엠마누엘 클라세, 마이크 사보 3루 베이스코치까지 총 6명이 무더기 퇴장되면서 14분간 경기가 중단됐다. 이날 경기는 화이트삭스가 7-4로 승리했다.

‘MLB.com’을 비롯해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올 시즌 내내 양 팀 사이에 쌓인 감정이 폭발한 것이었다. 특히 전날(5일) 경기에서 앤더슨이 클리블랜드 신인 1루수 가브리엘 아리아스에게 소리치며 도발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프랑코나 클리블랜드 감독은 “앤더슨이 하지 말아야 할 말들을 했다”고 지적했다.

클리블랜드 중심 선수인 라미레즈도 앤더슨을 벼르고 있었다. 라미레즈는 앤더슨이 2루에서 태그할 때마자 주자를 밀쳐내며 베이스에서 떨어지게 만드는 ‘더티 플레이’를 문제 삼았다. 그는 “앤더슨이 야구를 무례하게 한다. 이전부터 그랬다. 경기 중 그에게 ‘이런 짓 하지 마라. 우리 모두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야구하는데 이런 식으로 태그하지 마라’는 말도 했었다”고 털어놓았다.

주먹 다짐 상황에 대해 라미레즈는 “앤더슨이 싸우고 싶어 하는 반응이었다. 그가 싸우고 싶다면 나도 스스로를 방어해야 했다”고 답했다. 앤더슨은 경기 후 언론과 만나지 않아 당장 그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을 순 없었다.

MLB.com은 ‘라미레즈는 그동안 퇴장을 당한 적이 없다. 그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13년 데뷔한 라미레즈에겐 통산 1244경기 만의 첫 퇴장. 그는 “심판에게 불만이 있더라도 덕아웃에서 혼자 불만을 삭이려고 노력한다. 난 야구를 무시하고 싶지 않다. 그냥 야구를 하고 싶을 뿐이다”고 말했다. /waw@osen.co.kr

[OSEN=이상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