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55) 대한민국 24세 이하 대표팀 감독은 1998년 6월 4일을 기억해야 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4세 이하(U-24) 축구대표팀은 20일 오후 4시 45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황선홍호는 15일, 19일 중국 대표팀과 두 차례 맞붙어 1차전에서 3-1로 승리, 2차전에서 0-1로 패배하며 1승 1패의 성적으로 귀국했다.

한국은 지난 1차전에서 와일드카드 선수까지 포함된 '완전체' 중국을 3-1로 꺾었지만, 2차전에서 무릎 꿇었다. 한국 남자 U-23 대표팀이 중국에 패한 것은 역대 두 번째다.

경기 결과를 떠나 대표팀 선수들의 부상이 뼈아프다. 중국은 1, 2차전 내내 거친 반칙과 과한 파울로 한국 선수들을 위협했다.

그 결과 엄원상과 조영욱, 고영준이 쓰러졌다. 지난 1차전에서는 엄원상이 인대를 다쳐 조기 귀국했고, 2차전에서는 조영욱과 고영준이 부상으로 교체됐다.

특히 1차전 멀티 골을 기록하며 아시안게임에서 펼칠 맹활약을 예고했던 엄원상은 발목 오른쪽 바깥 인대가 파열됐고 안쪽 삼각인대가 손상됐다. 수술 대신 재활을 택한다 해도 복귀까지 6주~8주 정도 필요한 심각한 부상이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20일 귀국한 황선홍 감독은 공항 인터뷰에서 "부상 선수가 많이 발생한 것에 대해 감독으로서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 소속팀 관계자, 감독님들께 죄송하다. 선수들이 빨리 쾌차해 저희들과 같이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입을 열었다.

중국 대표팀은 수십 년 전부터 거친 플레이로 악명을 떨쳐왔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때에 따라서는 보는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할 정도의 보복성 플레이를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황선홍 감독은 "중국이 이렇게 거칠게 나올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 2차전에는 경기보다 큰 부상이 나올까 노심초사했다"라고 말했다.

아이러니한 점은 황선홍 감독은 한국 축구 역사에서 중국의 '더티 플레이'의 가장 큰 피해자라는 점이다. 중국이 거칠지 몰랐다는 황 감독의 말은 납득하기 어렵다.

1998 FIFA 프랑스 월드컵을 앞둔 1997년 황선홍 감독은 무릎 부상으로 쓰러졌다. 월드컵만 바라보며 재활에 매진한 황선홍 감독은 1998년 3월 재활을 마치고 대표팀에 복귀했다. 하지만 프랑스 월드컵을 코앞에 두고 1998년 6월 4일 열린 중국과 A매치 친선전에서 중국 골키퍼의 살인태클에 부상당하고 말았다.

황선홍 감독은 당시 월드컵 엔트리에 포함돼 프랑스로 향했지만,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이러한 아픔을 잊었을까. 황 감독은 선수 보호를 등한시하고 말았다. 황선홍 감독은 "부득이하게 안 좋은 상황이 많이 벌어졌다. 100% 만족스럽지는 않다. 이것도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얻은 점도 있다. 가능하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다. 부상 선수들이 빨리 회복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황 감독은 앞선 경기 후 인터뷰에서 "신체조건이나 제공권 파워 모두 좋았다. 우리가 세밀함을 가져가야 했는데 미흡했다"라고 중국의 플레이를 오히려 칭찬했다. 하지만 감독이라면 이러한 중국의 플레이를 '제공권과 파워가 좋았다'라고 칭찬할 게 아니라 거친 플레이에 대해 앞장서서 항의했어야 했다.

특히 이러한 행동은 경기 도중에 나왔어야 했다. 하지만 중계 카메라에 잡힌 황 감독은 벤치에서 중국 선수들에게 치이며 고통을 호소하는 선수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황선홍 감독은 귀국 인터뷰에서 이번 2연전에 대해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주어진 시간 안에 잘 준비해 좋은 성적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부디 이번 평가전의 '실패'를 돌아보며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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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인천국제공항, 정승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