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아픈 손가락이 되어서는 안된다. 현장 코칭스태프와 구단 프런트, 동료들 모두가 기대하고 있다. 잠재력은 인정하고 있다. 올해로 어느덧 입단 6년차. 이제는 방황하지 않고 방향성을 잡고 잠재력만큼 성장해야 한다. 롯데 내야수 한동희(23)는 비로소 해답을 찾은 것일까.

올해 한동희는 많은 기대를 모으고 돌입했다. 지난해 4월 월간 MVP를 수상하며 맹렬했던 기세는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며 한풀 꺾였고 이후 러닝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며 체중도 급격하게 불었다. 결국 지난해 가을 마무리캠프부터 체중 감량에 돌입했다. 구단은 또한 3루수에서 1루수로 전향을 심각하게 고려할 만큼 한동희가 한계를 깨트리기를 바라며 자극했다.

아울러 하체 강화와 몸통 회전으로 타구에 회전력을 넣어서 발사각을 높이고 비거리를 향상시키는 타격 메커니즘의 변화를 시도했다. 라인드라이브를 많이 치는 타자에서 플라이볼을 많이 치는 타자로 변신을 꾀했다. 박흥식 코치의 조언을 듣고 변화를 시작했다.

하지만 올해 얼마나 큰 시련이 다가올지 아무도 몰랐다. 부진을 거듭했다. 2020년 풀타임 타자로 거듭난 이후 가장 방황하는 시즌이 됐다. 결국 지난 5일, 한동희는 부진을 이유로 2군으로 내려갔다. 박흥식 코치는 언제나 한동희의 변화 시도와 부진에 대해 미안한 감정을 한켠에 품고 있었다.

한동희는 열흘 동안 2군 구장인 김해 상동구장에서 한동희는 스트레스 받지 않고 머리를 비우면서 야구에 매진했다. 한동희의 입단을 주도했고 아마추어 시절부터 한동희의 성장과정을 지켜본 김풍철 롯데 육성 부단장 역시 한동희의 부진을 아쉬워 하는 인물 중 한 명이었다. 2군에서 경기와 훈련을 지켜보던 김 부단장은 한동희의 부진과 타격 접근법에 대해 “초구 타격을 생각해봐야 한다”라고 짧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투수는 언제나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혈안이다. 그 심리를 활용해서 타자들 역시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공략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당하게 되면 일단 투수와 승부에서 불리하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확률 싸움이 기본인 야구에서 안타 확률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가 초구 타격이다. 실제로 올해 리그 평균 타율은 2할5푼8리지만 초구 타율은 3할2푼6리까지 상승한다.

한동희 역시 초구 타율이 3할8푼5리(13타수 5안타), 2루타 3개, 3타점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초구에 배트를 내는 비율은 극히 낮다. 전체 투구 중 초구에 배트를 내서 결과가 나온 비중이 18.9%에 불과하다. 규정타석을 소화한 55명 중 45위에 그치고 있다. 그만큼 한동희는 초구에 방망이를 휘두르는 데 보수적인 타자다.

그런 한동희가 초구에 결정적인 결과를 만들었다. 1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리는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서 2-0으로 앞서던 3회 1사 1,2루에서 SSG 선발 엘리아스의 초구 136km 체인지업을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맞는 적시 2루타를 뽑아냈다. 앞선 타석 초구 132km 한복판의 체인지업을 지켜보며 볼카운트에 몰렸고 삼진을 당한 바 있다.

하지만 두 번째 타석에서는 적극적으로 배트를 휘둘렀고 득점권 상황에서 적시에 달아나는 타점을 기록했다. 또한 5회초 2사 1루에서도 한동희는 초구는 아니지만 2구 째를 공략해 좌전 안타를 뽑아냈다. 빠른 카운트 공략이 돋보였다.

지난 15일, 열흘 동안 2군에서 재조정을 거치고 돌아와서 첫 멀티 히트 경기를 완성했고 팀도 7-2로 승리, 4연패 수렁에서 탈출했다.

경기 후 한동희는 “적극적으로 치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결과가 안 좋았다. 그래서 소극적으로 변하는 것 같았는데 오늘도 더 적극적으로 치자고 생각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경기 전 래리 서튼 감독은 한동희가 여전히 본 궤도에 올라오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결과보다는 과정을 말하고 싶다. 한동희는 자신의 어프로치를 간단하게 가져가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그말은 선구안에 신경쓰려고 하고 자기 존에 들어오는 공을 치려고 노력 중이다. 상대의 투구에 따라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방향성은 맞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수동적인 타격보다는 능동적인 타격,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공략을 방향성으로 제시하고 있었다.

이에 한동희는 “타이밍과 결과가 계속 안 좋다 보니까 계속 나 자신과 싸우는 것 같았다. 그래서 투수만 생각하고 하나씩 해나가자 했던 게 좋았다”라면서 “일단 적극적으로 치라고 말씀을 해주신다. 괜찮다는 말씀도 많이 해주신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치려고 한다. 기회에서 타구가 많이 잡히다 보니까 배트가 잘 안나가긴 하더라. 그래서 그냥 잡혀도 되니까 결과는 하늘에서 내려준다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쳤던 것이 좋은 결과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어쨌든 꼬여가는 실타래를 조금씩 풀어가고 있다. 이제는 도약하는 일만 남았다. 한동희는 어쨌든 롯데에 필요한 선수이고 주전 3루수다. 이제는 미래가 아닌 현재가 되어야 하는 선수. 한동희는 이제 방황을 끝내고 방향성을 잡고 다시 앞으로,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할 수 있을까. /jhrae@osen.co.kr

[OSEN=인천, 조형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