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달라 심리적으로 쫓겼을 것이다.”

일본프로야구 통산 159홈런에 빛나는 두산 이승엽 감독은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의 일본 생활 실패가 기술이 아닌 심리적 요인에 있다고 바라봤다. 따라서 다시 그가 KBO리그에 다시 오면 부활할 것이란 확신도 있었다.

돌아온 20승 에이스 알칸타라가 KBO리그 폭격을 재개했다. 지난 20일 수원 KT전에서 8이닝 무실점 완벽투를 펼친 그의 시즌 성적은 9경기 5승 2패 평균자책점 1.29. 평균자책점, 피안타율(.186) 1위를 비롯해 WHIP 2위(0.93), 퀄리티스타트 공동 2위(7회), 탈삼진 3위(61개), 다승, 이닝(56이닝) 공동 3위 등 각종 투수 지표 상위권을 독식하고 있다. 3년 전 20승을 거뒀던 그 때 그 모습 그대로다.

지도자 첫해 압도적 외인 에이스를 얻은 두산 이승엽 감독은 “알칸타라는 1선발 그 이상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 적은 투구수에 많은 이닝을 책임진다. 퀄리티스타트를 벌써 7번이나 했는데 알칸타라가 던지는 날은 무조건 이긴다는 확신이 있다. 이제 팀이 힘들 때 알칸타라 생각이 가장 먼저 날 것 같다”라고 굳건한 신뢰를 드러냈다.

알칸타라는 2019시즌 KT에서 11승을 거둔 뒤 이듬해 두산으로 둥지를 옮겨 31경기(198⅔이닝) 동안 20승 2패 평균자책점 2.54 182탈삼진 WHIP 1.03의 압도적 투구를 선보였다. 31경기 중 27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하면서 그 때도 다승·승률·퀄리티스타트 1위, 이닝·탈삼진 2위, WHIP 3위, 평균자책점 4위 등 각종 지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알칸타라는 이에 힘입어 2021시즌 2년 400만 달러에 한신 타이거스와 계약하며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그러나 재팬 드림은 없었다. 두 시즌 통산 63경기 4승 6패 1세이브 23홀드 평균자책점 3.96(97⅔이닝 43자책)의 부진 속 2022시즌이 끝나고 방출 통보를 받았다. KBO리그와 달리 일본에서는 불펜으로 보직이 바뀌며 63경기 중 7경기밖에 선발로 나서지 못했다.

일본에서 797경기를 뛴 이 감독은 “환경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과 다른 문화를 접했기 때문에 마음이 조금 복잡했을 것”이라며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외국인선수를 관대하게 대해주는 편이다. 선수의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반면 일본은 1군에 4명의 외국인선수가 있고, 2군에도 외국인선수가 많다. 조금만 부진하면 바뀌니까 심적으로 쫓겼을 것”이라고 알칸타라의 일본프로야구 실패 요인을 분석했다.

두산은 그런 알칸타라를 작년 12월 총액 90만 달러에 재영입했다. 부활할 것이란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이는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감독은 “부상으로 방출된 게 아니었기 때문에 기량 저하를 의심하지 않았다”라며 “오히려 일본프로야구를 접하면서 디테일과 상대의 약점을 공략하는 방법을 보완해서 돌아왔다고 생각한다. 알칸타라는 더 성장했다”라는 시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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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후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