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가 과거 외국인 심판과 감독관 등에게 성 접대를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가운데, 당시 해당 심판들이 맡은 한국 경기가 모두 무패로 끝난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제기됐던 '심판매수설'까지 다시 소환되는 분위기다.
7일 문화체육관광부의 2016년 대한축구협회 감사 자료에 따르면 축구협회는 2011년 3월부터 2012년 3월까지 국내에서 열린 월드컵·올림픽 예선과 평가전 등 7경기에서 외국인 심판과 경기 감독관 등 10여명에게 성 접대를 제공했다.
해당 경기 주심을 맡은 심판의 국적은 일본, 아랍에미리트(UAE), 이란, 바레인, 우즈베키스탄 등으로 다양했다. 축구협회 직원들이 심판들을 위해 성 접대 비용을 법인카드 등으로 결제한 정황도 감사 과정에서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교롭게도 당시 한국은 이들 심판이 경기를 맡은 7경기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전적은 5승2무다.
특히 승패가 중요한 예선 경기에서도 한국은 2승1무를 기록했다. 2011년 9월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최종예선 오만전에서는 2-0으로 승리했고, 2012년 2월 2014 브라질월드컵 예선 쿠웨이트전에서도 2-0으로 이겼다. 같은 해 3월 런던올림픽 최종예선 카타르전은 0-0 무승부로 끝났다.
당시 올림픽 대표팀은 홍명보 감독이 이끌었다. 한국은 런던올림픽 최종예선에서 3승3무로 무패를 기록했고, 본선에서도 동메달을 따냈다.
평가전에서도 한국은 3승1무를 거뒀다. 온두라스를 4-0으로 꺾었고 세르비아에도 2-1로 승리했다. 폴란드와는 2-2로 비겼으며 중국과의 올림픽 대표팀 평가전에서는 1-0으로 이겼다.
다만 이 같은 결과만으로 성 접대가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당시 예선 상대였던 오만과 쿠웨이트, 카타르 등은 한국보다 전력이 낮다는 평가를 받았고 평가전 역시 강팀과의 경기는 아니었다.
문제는 승부 결과가 아니라 심판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는 행위가 실제로 있었다는 점이다. 심판과 경기 관계자를 상대로 한 부적절한 접대가 이뤄졌다는 사실 자체가 국제 경기의 신뢰를 훼손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 축구를 둘러싼 과거의 '심판매수설'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이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상대로 승리하는 과정에서 일부 판정이 논란이 되면서 해외에서는 한국의 4강 진출을 두고 심판 판정에 대한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 이번 성 접대 사실이 2002년 월드컵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근거는 없다. 당시 성 접대가 이뤄진 시점도 월드컵 이후다. 그럼에도 자국 축구협회가 국제 심판들에게 부적절한 접대를 제공한 사실이 정부 감사에서 확인되면서 과거의 의혹을 반박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 언론들도 이번 사안을 잇따라 보도하고 있다. AFP 일본어판 AFPBB뉴스는 대한축구협회가 과거 국제 경기 심판들에게 성적 접대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보도했고, 일본 매체들도 일본인 심판이 관련 경기의 주심을 맡았다는 점을 전했다.
특히 당시 문제의 경기를 두 차례 관장한 일본인 심판은 현재 일본축구협회에서 J리그 심판들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일본 축구계에도 파장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차원의 징계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FIFA 윤리규정은 일반적인 위반 행위에 대해 일정한 시효를 두고 있어 15년가량 지난 행위에 적용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은 국제무대에서 한국 축구의 신뢰와 직결되는 사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근 홍명보 전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 등을 둘러싼 논란으로 경찰 수사까지 진행되는 상황에서 과거 축구협회의 성 접대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협회를 둘러싼 공정성과 투명성 논란이 다시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