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준결승에 진출하며 대회 2연패에 다가선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를 둘러싸고 판정 특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경기들에서 아르헨티나에 유리한 판정이 나왔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팬들의 조롱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아르헨티나가 이번 대회에서 비디오판독(VAR)과 국제축구연맹(FIFA)의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는 의미로 국가의 영문 이름을 비튼 'VARgentina'와 'FIFAtina'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승리를 기뻐하는 아르헨티나 선수들. /연합뉴스

로이터통신은 14일 전직 FIFA 심판의 분석을 인용해 "새로운 VAR 프로토콜의 도입이 월드컵 공정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에 화약통을 던진 꼴이 됐다"라며 "아르헨티나와 관련된 또 한 번의 판정 논란이 팬들의 불만에 불을 질렀다"라고 보도했다.

논란의 중심에는 아르헨티나와 스위스의 8강전에서 나온 스위스 공격수 브릴 엠볼로의 경고 누적 퇴장이 있다. 엠볼로는 후반 27분 아르헨티나 미드필더 레안드로 파레데스와 몸싸움을 벌이다 넘어졌다. 주심은 처음에는 파레데스에게 옐로카드를 꺼냈다.

그러나 VAR 심판진과 교신한 뒤 온필드 리뷰를 진행한 주심은 결정을 뒤집었다. 엠볼로가 시뮬레이션 동작으로 반칙을 유도했다고 판단해 파레데스의 경고를 취소하고 엠볼로에게 옐로카드를 부여했다.

이미 한 차례 경고를 받았던 엠볼로는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수적 열세에 놓인 스위스는 연장 후반에만 두 골을 내주며 1-3으로 패해 준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이번 판정은 대회에서 처음 도입된 '선수 오인' 관련 VAR 프로토콜을 적용한 결과였다. 심판이 반칙을 저지른 선수를 잘못 특정했다고 판단될 경우 VAR을 통해 경고나 퇴장 대상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영국 ITV 월드컵 해설가이자 전직 FIFA 심판인 크리스티나 운켈은 규정의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됐다고 비판했다.

운켈은 "이 규정은 애초 이런 방식으로 적용되지 말아야 했다. 적용 범위가 너무 넓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히 카드를 받는 대상을 바꾸는 것을 넘어 한쪽의 프리킥이었던 원심을 완전히 뒤집어 정반대 판결을 한 셈이다. 즉 판정의 근본 자체가 바뀐 것"이라며 "VAR이 그동안 피하고 싶어 했던 '경기 재판정' 영역에 공식적으로 발을 들여놨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충분한 테스트도 없이 실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검증이 되지 않은 프로토콜을 확대 적용한 것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와 같다"고 덧붙였다.

알제리 아이사 만디의 종아리를 밟은 리오넬 메시. /로이터 연합뉴스

아르헨티나를 둘러싼 잡음은 조별 리그 J조 알제리와 벌인 첫 경기부터 불거졌다. 알제리는 0-3으로 패한 뒤 아르헨티나 주장 리오넬 메시가 전반 상대 선수의 종아리를 밟았을 때 퇴장당했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메시는 해당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이집트와의 16강전에서도 판정 시비가 이어졌다. 이집트는 득점이 VAR 판독으로 취소된 데다 페널티킥을 요구한 장면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다만 운켈은 알제리전과 이집트전 판정을 명백한 오심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그는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쉽게 판정을 탓하지만, 앞선 두 경기에선 명백한 오심으로 볼 만한 부분은 없었다"며 "다만 FIFA는 경기장 밖에서 행정적인 문제로 팬들의 불신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미국 대표팀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에게 내려진 징계가 번복된 사례가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퇴장으로 1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은 발로건의 징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의 전화 통화 이후 1년간 유예되면서 공정성 논란이 증폭됐다.

운켈은 "팬들의 신뢰는 완전히 무너졌다. 심판으로서 많은 메이저 대회를 지켜봤지만 SNS에서 이 정도로 논란이 뜨거웠던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