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 이치로가 27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주 쿠퍼스타운에서 열린 전국 야구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서 연설하고 있다./AP연합뉴스

"3000개 안타도, 시즌 262개 안타도 기자들이 인정하는 기록이다. 한 명을 제외하고. 기자에 대한 저녁 초대는 이제 기한이 만료됐다."

스즈키 이치로(51)는 28일 아시아 선수 중 처음으로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에 입회하는 연설을 이런 농담으로 시작했다. 이치로는 투표 결과 공개 직후 자신을 뽑지 않은 유일한 기자를 향해 "우리 집에 초대하고 싶다"며 "함께 술을 마시면서 좋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이치로는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투표에서 전체 394표 중 393표(득표율 99.7%)를 얻어 한 표가 부족해 만장일치에는 실패했다. 이치로는 "명예의 전당은 원래 목표가 아니었고, 처음엔 그런 것이 있는지도 몰랐다"며 "처음 쿠퍼스타운을 방문한 건 2001년이었고,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은 마치 꿈만 같다"고 말했다.

이치로는 일본프로야구(NPB) 오릭스 블루웨이브 시절 9시즌 통산 타율 0.353, 1278안타를 기록했다. 7년 연속 타격왕(1994~2000년)이라는 대기록도 세웠다. 2001시즌을 앞두고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도전했다.

시애틀 매리너스를 통해 MLB에 진출한 그는 첫 시즌에 242개 안타를 기록하며 타율 0.350을 기록했다. 도루도 56개를 기록하며 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그해 아메리칸리그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손에 쥐었다. 2004년에는 262안타로 1920년 조지 시슬러가 세웠던 단일 시즌 최다 안타 기록(257안타)을 경신했다.

뉴욕 양키스, 마이애미 말린스 등을 거친 이치로는 메이저리그에서 19시즌을 뛰며 2653경기에 출장해 3089개의 안타를 쳤다. 통산 타율은 0.311이다. 홈런 117개를 만들었고, 780타점과 1420득점을 기록했다. 도루는 509개다.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 연속 200안타를 올렸다. 골드글러브도 수상한 바 있다.

이치로는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일본인 야수가 되고자 했을 때 많은 의구심이 있었을 것"이라며 "일각에서는 '나라를 부끄럽게 하지 마라'라는 말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작은 것부터 꾸준히 실천한다면 한계는 없다. 나를 보라"며 "키 180㎝, 몸무게 77㎏인 내가 미국에 갔을 때, 많은 사람들이 내가 너무 말라서 메이저리거들과 경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래도 노력을 이어간다면 심지어 나 자신의 의심도 극복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고 강조했다.

이치로는 아내 후쿠시마 유미코에 대한 고마움도 표했다. 그는 "아내가 나를 가장 많이 지지해 줬다"며 "본인도 성공을 의심했을 수도 있지만, 그런 티를 내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19시즌 동안 우리 가정이 항상 행복하도록 해줬다"고 말했다.

이치로는 자신에게 야구가 스포츠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는 "야구는 단지 치고, 던지고, 뛰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야구는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길지 결정하게 했고, 삶과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형성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5세까지 야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하루하루를 철저하게 준비하고 헌신했기 때문"이라며 "팬들이 시간을 내어 경기장을 찾는 이상, 점수 차에 상관없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치로와 함께 이날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선수는 왼팔 투수 CC 사바시아와 마무리 투수 빌리 와그너다. 사바시아는 첫해 투표에서 342표(86.8%), 와그너는 마지막 해 도전에서 325표(82.5%)를 받아 75% 득표 기준을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