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나달(스페인)이 데이비스컵 8강 경기를 끝으로 은퇴했다. 23년 프로 커리어 중 클레이코트에서 열리는 프랑스오픈에서 14차례 우승하면서 클레이코트의 제왕이라는 뜻이 담긴 ‘흙신’으로 불렸다.

라파엘 나달(스페인)이 20일 스페인 말라가에서 열린 2024 데이비스컵 테니스 대회 파이널스 8강 제1단식에서 서브를 넣을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자 단식 세계랭킹 154위 나달은 20일 스페인 말라가에서 열린 2024 데이비스컵 테니스 대회 파이널스 8강 제1단식에서 네덜란드의 보틱 판더잔출프(80위)에게 0대2(4-6 4-6)로 졌다. 나달이 데이비스컵 단식 경기에서 패한 건 2004년 이후 20년 만이다.

나달은 데이비스컵을 마지막으로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던 만큼, 이날 8강 탈락으로 23년 현역 생활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1986년생인 나달은 현역 시절 강인한 체력과 엄청난 수비 능력으로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최근 2년간 다리 근육 등 부위를 가리지 않는 부상으로 많은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다.

나달은 이날 경기를 마친 뒤 “데이비스컵 데뷔전에서 패했고, 마지막 경기에서도 졌다”며 “경기에 오래 뛰지 않아 실전 감각이 떨어졌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데이비스컵 8강 탈락으로 유종의 미는 거두지 못했지만, 현장에 모인 1만1300여 명의 관중은 코트를 떠나는 나달을 향해 기립 박수를 보냈다.

그러면서 나달은 “모든 순간 나를 지지해 준 훌륭한 가족이 있었다. 나는 꿈을 좇는 아이였고, 지금 내가 있는 위치에 오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나는 테니스 덕분에 삶을 살아갈 기회를 얻은, 매우 운이 좋았던 사람”이라고 본인 선수 생활을 회고했다. 이어 “나는 좋은 사람이자 꿈을 좇아 내가 가능하다고 믿은 것 이상을 성취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페더러와 나달. /로이터·연합뉴스

한 시대를 풍미한 나달을 위해 현역 시절 라이벌이었던 로저 페더러(스위스)는 본인 소셜미디어(SNS)에 나달에게 바치는 글을 올렸다. 페더러는 해당 글을 통해 “내가 당신을 이긴 것보다 당신이 나를 이긴 적이 더 많았다”며 “특히 클레이코트에서는 너무 강한 상대였고, 당신을 이기기 위해 더 노력해야 했다”고 나달을 치켜세웠다. 이어 “라켓 끝에라도 공이 맞기를 바라는 마음에 라켓 헤드 크기를 더 크게 했을 정도”라며 “당신이 있어서 나도 테니스를 더 즐길 수 있었다”고 했다.

실제로 페더러와 나달의 현역 시절 맞대결 전적에서 나달이 24승 16패로 우위였다. 메이저 대회 전적 10승 4패, 메이저 결승 역시 6승 3패 등 모두 나달이 앞섰다.

나달의 은퇴로 2000년대 초반부터 20여 년간 남자 테니스 강자로 군림했던 빅4 중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를 제외한 3명은 이제 은퇴 선수가 됐다. 2022년 은퇴한 페더러를 시작으로 올해 나달과 앤디 머리(영국)가 코트에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