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축구협회로부터 승부를 조작해 불법 이익을 취했다는 혐의로 영구 제명 징계를 받은 손준호(수원FC)가 중국 공안이 가족을 얘기하며 협박해 혐의를 강제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11일 억울함을 호소했다.
손준호는 이날 오후 경기 수원종합운동장 체육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 공안이 외교부를 통해 내 아내를 체포해 내가 있던 구치소에서 같이 조사할 수도 있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휴대전화 속 딸과 아들 사진을 보여주면서는 ‘아이들은 무슨 죄가 있냐, 엄마까지 이곳으로 오면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겠냐’며 빨리 혐의를 인정하라고 강요했다”며 울먹였다.
손준호는 또 “중국 공안이 지금이라도 혐의를 인정하면 7~15일 뒤에 나갈 수 있다고 했다”며 “외국인이고 외교 문제도 있고, 보석도 가능하다고 회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인지도 모르는 혐의였지만 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안 조사 당시 음성 파일을 공개해 불법적으로 수사받았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는 손준호는 “공안은 영상만 있을 뿐, 음성은 단 하나도 없다고 했다”며 “그들에게 증거라는 건 초기 압박 수사를 통한 내 거짓 자백뿐”이라고 말했다.
앞서 중국축구협회는 전날 “전(前) 산둥 타이산 선수 손준호는 정당하지 않은 이익을 도모하려고 정당하지 않은 거래에 참여, 축구 경기를 조작하고 불법 이익을 얻었다”며 “손준호의 축구와 관련된 어떠한 활동도 평생 금지한다”고 밝혔다.
중국축구협회가 손준호에게 적용한 죄목은 ‘비(非)국가공작인원 수뢰죄’다. 자신의 직무상 편의를 이용, 타인의 재물을 불법 수수한 경우 적용된다. 손준호는 지난해 5월 중국 상하이 훙차오공항을 통해 귀국하려다 공안에 연행됐다. 이후 형사 구류돼 랴오닝성 차오양 공안국의 조사를 받았다. 당시에도 승부 조작 및 금품 수수 가능성이 거론된 바 있으나, 손준호 측은 이를 강하게 부인해왔다.
중국축구협회를 국제축구연맹(FIFA)이 인용해 대한축구협회(KFA) 등 회원 협회에 전달해 국제적으로 적용될 경우 손준호는 국가대표와 K리그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리그에서도 뛰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수원FC 측은 우선 FIFA의 공문이 올 때까지 손준호를 출전시키겠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