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배드민턴협회(배드민턴협회)를 상대로 감사를 진행한 문화체육관광부가 김택규 회장 등 일부 임원들의 후원 물품 배임 및 유용과 보조금법 위반 사실을 확인했다고 10일 밝혔다. 2024 파리올림픽 이후 협회를 향한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안세영(22)의 문제제기에 문체부가 응답한 것이다.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안세영이 지난달 7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 취재진과 인터뷰 하고 있다. /뉴스1

문체부는 10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협회 조사 중간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번 조사는 2024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이 협회와 대표팀 운영 전반에 대해 작심 발언을 내놓은 것을 계기로 착수됐다.

문체부는 “올림픽 당시 안세영의 인터뷰를 계기로 체육계의 낡은 관행이 사회적 이슈가 됐고 올림픽 직후 조사단을 구성해 조사하고 있다”며 “총 22명의 국가대표 선수 의견을 청취했다. 부상 관리, 후원용품 사용 범위, 선수천 생활 개선, 국제대회 출전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고 설명했다.

우선 문체부는 김택규 회장의 후원 물품 배임·유용 의혹에 대해선 횡령·배임 가능성을 언급했다. 문체부는 “2023년 회장과 공모사업추진위원장 주도로 물품을 구입하면서 협회 직원들 몰래 후원 물품 지급 계약을 구두로 체결해 셔틀콕, 라켓 등 1억5000만원 규모의 물품을 수령했다”며 “올해는 회장과 협회 사무처가 주도해 후원사로부터 약 1억4000만원의 후원 물품을 받기로 서면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횡령·배임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이미 회장에 대한 고발 사건이 수사기관에 접수된 만큼 추가적인 조사를 마치는 대로 수사 참고 자료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했다. 협회 임원은 보수를 받을 수 없음에도 회의 부회장과 전무는 마케팅 규정을 이용, 후원사 유치에 기여했다는 명목으로 총 6800만 원의 인센티브를 지급 받았다.

협회가 선수들에게 유니폼뿐만 아니라 경기력과 직결되는 라켓, 신발까지 후원사의 용품만 일괄 사용하도록 강제한 것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문체부는 “국가대표 선수단 대부분이 경기력에 민감한 영향을 미치는 용품은 본인이 원하는 용품을 쓰길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택규 대한배드민협회 회장. /뉴스1

또 후원사 후원금 배분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도 드러났다. 문체부에 따르면 과거에는 배드민턴협회가 받은 후원사 후원금의 20% 약 72만 달러(약 9억6768만원)는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배분됐는데, 배드민턴협회는 지난 2021년 6월 이 배분 조항을 삭제했다. 이 과정에서 선수단 의견은 청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체부는 비 국가대표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 제한 조항 폐지를 추진한다. 이 조항이 선수의 직업행사 자유를 제한한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2016년 만들어진 이 조항은 국가대표가 아닌 배드민턴 선수의 경우 국가대표 활동 기간 5년을 충족하고 일정 연령(남자 28세, 여자 27세) 이상인 경우에만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안세영은 “대표팀에서 나간다고 해서 올림픽을 못 뛰는 것은 선수에게 야박하지 않나 싶다”며 해당 규정이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문체부는 “국내 올림픽·아시안게임 종목(44개) 중 배드민턴처럼 비국가대표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을 제한하는 경우는 없다”고 이날 전했다. 이어 배드민턴 선수의 임무로 ‘촌내·외 생활과 훈련 중 지도자의 지시와 명령에 복종’, 선수의 결격사유 중 하나로 ‘본 협회의 정당한 지시에 불응하는 자’로 규정한 부분도 즉각 폐지를 권고했다.

문체부는 다른 국가대표 선수단의 의견도 수렴한 뒤 9월 말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