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대표팀의 사령탑을 맡은 홍명보 감독이 부임 3주 만에 첫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자신의 친정팀인 울산 HD와 K리그에 사과하면서도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16강 이상 성적을 거두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홍 감독은 29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울산 HD 팬들과 K리그 팬들을 향해 “저의 선택이 실망감을 드린 것에 대해 죄송하다”라고 사과했다. 이어 “팬들로부터 용서받는 방법은 축구대표팀의 성장과 발전을 이루는 것”이라며 “부채감과 책임감을 안고 이 자리에 섰다”라며 양해를 구했다.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스1

그는 지난 5일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와 한국축구 기술철학, 연령별 대표팀과 연계성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눈 뒤 사령탑 제안 수락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홍 감독은 그간의 발자취를 근거로 내세워 자신이 한국 축구 발전을 이끌 대표팀 감독의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홍 감독은 “나는 연령별 대표팀 감독 경험도 있고,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로 행정적 경험도 있다. 이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유소년 시스템 및 유소년 발굴이 한국 축구 발전에 얼마나 기여할지 배워왔다”고 말했다.

이어 “소중한 경험을 토대로 한국 축구의 풀뿌리인 K리그와 동반성장 하는 대표팀을 꾸려 나가고, 젊은 유망주 발굴에도 적극 나서겠다. A대표팀이 선두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K리그와 유소년 시스템이 긍정적 상호작용을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선수들과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며 서로 지켜야 할 선을 명확히 하겠다”며 “많은 위험은 소통의 부재에서 온다.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대화하겠다. 선수들 역시 변화를 원하면 받아들이겠다. 선수들은 권한에 대한 책임을 그라운드에서 보여줘야 한다”고 다짐했다.

자신이 추구하는 축구 철학에 대해서는 “우리가 볼을 소유하면서 경기를 주도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계획과 전력을 맞추겠다. 볼 소유는 전진성과 과감성을 더해야 한다.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한 볼 소유가 돼야 한다. 상대의 역습에 확고히 대비하고 수비 시간은 짧게 가져가겠다”고 밝혔다.

‘10년 전 실패한 홍명보와 지금의 홍명보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당시에는 K리그에서 단편적인 선수들만 뽑다 보니 정말로 팀에서 역할을 해주고, 이름값은 없어도 팀에 헌신할 선수를 몰랐다. 지금은 K리그에서 3년 반 동안 있었고, 각 팀의 주요 선수들을 비롯해 그들을 대체할 선수들의 명단도 갖고 있다. 팀의 헌신할 선수, 경기를 바꿀 선수들의 이름이 머릿속에 있다는 게 10년 전과는 아주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북중미 월드컵 목표 성적에 대한 질문에는 “우리 원정 월드컵 최고 성적이 16강이다. 그보다 좋은 성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홍 감독은 대표팀 감독 선임 직후 외국인 코칭스태프 선임을 위해 유럽 출장길에 오른 뒤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뮌헨) 등 대표팀의 주요 유럽파 선수들과 면담하기도 했다.

홍 감독은 “많은 우려와 비판 속에서 출발하게 돼 마음이 무겁다. 지금 비판들은 우리가 감수하면서 나아가야 할 것들이다. 이런 마음들을 우리가 언제 끝날지 모르겠지만 항상 겸손하게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