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을 앞두고 역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최고액인 10년 총액 7억달러(약 9380억원)의 조건으로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오타니 쇼헤이(29)가 새 팀 데뷔전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오타니는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MLB 정규시즌 개막전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 2번 지명 타자로 선발 출전, 5타수 2안타를 치고 타점 1개와 도루 1개를 곁들였다. 오타니의 활약 덕에 다저스는 파드리스에 5-2로 역전승하고 개막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다저스와 10년 총액 7억달러의 천문학적인 금액에 계약을 맺고 새 둥지를 튼 오타니는 이번 ‘서울시리즈’에서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이었다.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첫선을 보이는 경기인 데다 시리즈 직전 아내까지 공개하면서 시선은 더욱 집중됐다. 그러나 정식 경기 전 치른 ‘스페셜 매치’에서는 다소 아쉬운 모습이었다. 키움 히어로즈, 한국 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5타수 무안타 2삼진에 그친 것이다.
하지만 오타니는 본 게임에선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이날 열린 파드리스전은 공식적인 ‘다저스 데뷔전’이었는데 뜨거운 타격감을 뽐냈다. 1회 무사 1루에서 맞이한 첫 타석에선 타구를 한국인 메이저리거 김하성에게 보냈다. 유격수 방면 땅볼이 되면서 선행 주자가 아웃되고 오타니는 1루에서 살았다.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기다리던 첫 안타가 나왔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오타니는 ‘대표팀 선배’ 다르빗슈 유를 상대로 우전 안타를 뽑아냈다. 고척돔에 모인 관중들이 뜨거운 환호성으로 오타니의 안타를 축하했다. 오타니는 이후 2루 도루까지 성공하며 시즌 1호 안타와 도루를 순식간에 기록했다.
이후 프레디 프리먼, 윌 스미스의 연속 볼넷으로 만루 찬스가 됐지만 득점과 연결되진 않았다. 5회초에도 무사 1루에서 타석에 들어섰는데 이번엔 잘 맞은 타구가 파드리스 3루수 타일러 웨이드의 호수비에 걸렸다. 1루 선행주자가 아웃되고 오타니는 1루에서 살았다. 1-2로 끌려가던 다저스는 8회초 무사 만루 찬스를 만든 뒤 키케 에르난데스의 동점 희생플라이와 상대 수비 실책, 무키 베츠의 적시타 등으로 4-2 역전에 성공했다.
여기서 오타니가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계속된 1사 1,2루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선 오타니는 좌전 적시타로 2루 주자를 불러들였다. 오타니의 이적 후 첫 타점이자 이날 경기의 쐐기 타점이었다.
오타니의 인간적 모습도 나왔다. 프리먼의 잘 맞은 타구가 우익수에게 잡혔는데, 이 사이 2루 베이스를 밟고 주루를 하다가 다시 밟지 않고 1루로 돌아온 것이다. 샌디에이고 수비진이 이를 파악해 2루로 공을 던졌고 오타니는 아웃 처리됐다. 좀처럼 보기 드문 오타니의 ‘본헤드 플레이’였다.
그래도 팀은 승리했고 오타니 개인적으로도 성공적인 데뷔전이었다. 이날 고척돔에는 마쓰자카 다이스케, 우에하라 고지, 후지카와 규지 등 한때 시대를 풍미했던 일본 투수들이 방문해 오타니의 다저스 데뷔전을 지켜봤다. 오타니의 아내로 뜨거운 관심을 받은 전 농구선수 다나카 마미코 씨도 다저스 유니폼과 모자를 착용한 채 가족들과 함께 남편의 경기를 지켜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