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60·독일) 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감독이 자신의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얽힌 뒷이야기에 대해 밝혔다. 자신이 농담삼아 대표팀 감독 자리에 관심을 보였는데 정몽규(62) 대한축구협회장이 진지하게 감독직을 제안했다는 내용이다.
지난달 21일 독일 매체 슈피겔은 클린스만과의 인터뷰 기사를 보도했다. 클린스만은 인터뷰에서 “2017년 정몽규 회장과 처음 만났고, 이후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8강 또는 준결승 경기의 VIP 구역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고 했다. 클린스만과 정 회장이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의 16강전 탈락 후, 파울루 벤투 당시 감독의 사임이 발표됐을 때 만난 것이다.
클린스만은 “월드컵에서 정 회장과 만나 인사한 뒤 ‘감독을 찾고 있냐’고 물었다”며 “그랬더니 정몽규 회장 표정이 굳더니 ‘진심이냐’고 되물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슈피겔에 자신은 농담조로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날 내가 (정몽규 회장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하며 ‘우리가 오랫동안 알고 지내 그냥 말했던 거니 혹시 흥미가 있으면 연락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클린스만은 “그로부터 몇 주 뒤에 정몽규 회장에게 전화가 왔다”며 “정몽규 회장이 (통화에서) 관심을 표했고, 그렇게 농담에서 모든 일이 시작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몽규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 경질 발표 기자회견에서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자신의 외압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그는 “감독 후보 61명을 23명으로 좁힌 뒤 마이클 뮐러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이 5명과 인터뷰했다”며 “이후 후보 중 1~2위와 2차 면접을 진행한 뒤 클린스만이 감독으로 최종 결정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전력강화위원회가 감독 선임 절차를 진행한 시점은 지난해 1월 중이다. 클린스만의 슈피겔 인터뷰 내용이 사실이라면 정몽규 회장과 클린스만은 카타르 월드컵이 진행 중이던 2022년 12월부터 접촉해 대표팀 감독직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이다.
이번 슈피겔 인터뷰에선 클린스만과 정몽규 회장의 돈독한 관계를 볼 수 있는 일화도 공개됐다. 클린스만은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에서 지냈는데 이 호텔 인근에 정몽규 회장의 HDC현대산업개발 본사가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정몽규 회장의 사무실이 숙소에서 5분 거리”라고 말했다.
또한 클린스만은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면 곧장 정몽규 회장에게 문자메시지로 연락해 직접 만나곤 했다고 주장했다. 슈피겔은 “어려운 시기에는 곁을 지켜줄 동맹이 필요하다”고 서술하며 클린스만 전 감독에게 정몽규 회장이 이런 존재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