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상대로 무승부를 끌어낸 말레이시아 축구 대표팀의 공격수 파이살 할림(슬랑오르)이 자국 팬들로부터 격려를 받고 있다.
김판곤 감독이 이끄는 말레이시아 대표팀은 지난 25일(한국 시각)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눔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최종 3차전에서 3-3으로 비겼다.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대표팀 감독은 로테이션을 가동하지 않고 주장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정예 라인업을 내세웠다.
158㎝의 단신인 할림은 이날 말레이시아 공격의 선봉에 서서 한국의 공세 속에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빠른 발과 왕성한 활동량을 토대로 쉬지 않고 전방 압박을 시도했고, 한국 대표팀 미드필더·수비진의 실수를 유발하며 득점을 기록했다.
말레이시아는 경기 초반 거친 수비로 한국의 공격을 저지했다. 정우영(슈트트가르트)이 답답한 흐름을 깨고 전반 21분 이강인이 올린 코너킥을 헤딩으로 연결하며 득점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는 후반에서 반격에 나섰다. 후반 6분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이 한국 진영에서 할림에게 볼을 빼앗겼다. 할림은 순식간에 한국 페널티박스까지 드리블해 김민재와 대치했고, 두 차례 속임 동작으로 김민재를 따돌린 뒤 골키퍼 조현우까지 제치고 동점 골을 넣었다.
할림이 한국 최고 수비수인 김민재를 상대로 물러서지 않고 기지를 발휘하는 모습은 자국 팬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말레이시아 일간 뉴스트레이츠타임스는 “체구가 작은 윙어인 할림은 ‘거인’ 한국을 찌르기 위해 작은 벌처럼 분주하게 윙윙거리다가 빈틈을 파고들었다”고 보도했다.
이미 2패를 당해 대회 탈락이 확정된 상태였던 말레이시아는 한국과의 무승부에도 16강에 오르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언론은 한국을 상대로 선전했다며 대표팀을 격려하는 분위기다.
김판곤 감독도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한국은 직전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진출했고, FIFA 랭킹 23위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선수들까지 포진했다”며 “고전하긴 했지만 후반전에는 우리가 스코어를 뒤집었다. 엄청난 결과였다”고 평가했다.
할림은 경기 후 자국 취재진에게 “축구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우리는 그냥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감을 가지고 뛰었다. 모두가 열심히 뛰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