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럭비 대표팀이 사상 처음으로 출전한 올림픽 본선 무대에서 참가 12개국 중 12위로 이번 대회를 마무리했다. 아쉽기 보다 희망을 엿본 결과였다. 럭비 실업팀이 단 3개 뿐인 열악한 가운데서도 이 종목 국내 도입 100년 만에 처음으로 올림픽에 진출했고, 세계 강호를 상대로도 주눅들지 않고 투지를 보였다.

한국 럭비 대표팀은 지난 28일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7인제 럭비 남자 11·12위 결정전에서 일본에 19대31(전반 12대19·후반 7대12)로 졌다. 이로써 한국은 뉴질랜드전 5대50, 호주전 5대42, 아르헨티나전0대56, 아일랜드전 0대31로, 그간 치른 5경기 모두 패배하며 12개 참가국 가운데 ‘꼴찌’로 첫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지난 28일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7인제 럭비 대한민국 대 일본 11-12위 결정전. 대한민국 박완용이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 럭비 불모지다. 1923년 국내에 럭비라는 스포츠가 도입된 후 약 100년 만에 처음 올림픽 본선에 진출하게 됐다. 2019년 11월 도쿄올림픽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홍콩에 역전승을 거두며 처음 출전권을 따낸 것이다.

한국 내에서도 그다지 대중적이지 않고, 그러다보니 지원도 비교적 열악한 스포츠다. 기업 등이 운영하는 운동 단체로 월급·운동장비·훈련·대회참가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실업팀도 한국전력공사, 포스코건설, 현대글로비스 등 단 3개 뿐이다. 대학팀은 연세대, 고려대, 경희대, 단국대 등 4개에 불과하다. 등록 선수는 1000명 정도다. 국내에선 리그나 컵대회조차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 올림픽 출전이 기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장용흥이 28일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7인제 럭비 대한민국 대 일본 11-12위 결정전에서 김광민의 도움을 받아 공중에서 공을 잡아내고 있다. /연합뉴스

마지막 상대였던 일본의 경우 톱리그에만 16개팀이 있고, 세계적인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스카우트하는 등 아시아 럭비 강국이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4강까지 진출하기도 했고, 세계랭킹 10위에 올라 있다. 등록 선수만 10만명 이상이다. 이런 일본을 상대로 무려 19점이란 다득점을 만드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한국 대표팀은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총 29득점을 올렸고, 210실점을 내줬다. 1승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아름다운 꼴찌’였다.

28일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7인제 럭비 대한민국 대 일본 11-12위 결정전에서 경기 종료 후 태극기를 두른 안드레 진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천오 감독(국군체육부대), 박완용·김광민·김남욱·김현수·이성배·장정민·한건규(한국전력공사), 최성덕(경희대), 이진규·정연식(현대글로비스), 장성민(포스코건설), 장용흥(NTT 커뮤니케이션스), 안드레진 코퀴야드(한국명 김진·대한럭비협회). 이번 대회에서 싸웠던 한국 럭비 대표팀 선수들의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