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월스트리트를 뒤흔든 빌황(Bill Hwang)의 아케고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사태와 2019년 국내 자산운용업계를 충격에 빠뜨린 라임사태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초대형 증권회사들이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를 통해 거래를 중개했다는 것이다. PBS는 증권사 중 자기자본 3조원이 넘는 곳만 운영하는 종합 금융서비스다. 미국 등 해외 금융 선진국에선 보편화된 서비스지만 국내에는 2013년 10월 도입돼 현재 6곳의 대형 증권사만 운영하고 있다.

PBS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주요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하거나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자 손실이 발생하곤 한다. 그럼에도 일반인들에게 증권사 PBS에 대해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 이에 조선비즈는 증권사 PBS가 국내 금융투자산업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수익구조를 갖춘 곳인지, 그리고 PBS가 주가폭락이나 투자자 손실과 같은 금융시장의 충격을 일으키지 않고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살펴본다.

PBS는 증권사의 프라임브로커(PB)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의미하나, 기사에서는 편의상 PBS로 통일한다. [편집자주]

일러스트=정다운

지난 3월 골드만삭스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는 아케고스 캐피털 매니지먼트가 마진콜에 응하지 못하자 바로 대규모 반대매매에 나서며 시장에 충격을 줬다. 반대매매는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주식을 산 후 증거금 부족 사태가 발생해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처분하는 것을 말한다. 이 매매로 크레디트스위스(CS), 노무라 홀딩스, 미즈호은행 등 글로벌 금융사들이 최대 100억달러(약 11조3200억원)의 손실을 봤다.

라임사태는 국내에서 1조6000억원이 넘는 투자자 손실을 가져왔다. 이번에는 증권사 PBS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를 관리하던 신한금융투자 PBS는 무역금융펀드 중 하나인 IIG 펀드의 기준가격을 임의로 조정해주고 무역금융펀드에 손실이 발생한 것을 투자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이렇듯 일반 투자자가 알게 모르게 PBS는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PBS가 개입됐던 아케고스 마진콜 사태와 라임사태가 왜 일어났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증권사 PBS가 어떤 업무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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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진콜(대규모 반대매매) 통해 시장 뒤흔드는 PBS

PBS 업무는 크게 7가지로 나뉜다. ▲헤지펀드의 공매도를 위한 주식 대여 ▲헤지펀드의 거래 증거금 대여 ▲청산결제 ▲펀드 자산 보관 및 성과 보고 ▲펀드 위험관리 ▲헤지펀드에 투자자 주선 ▲법률·회계·행정 등 펀드 초기 지원 등이다. 이런 서비스를 원하는 헤지펀드는 PBS와 '펀드관리 계약'을 맺는다.

PBS의 수익모델 중 또 다른 부분은 '스와프 수수료'다. 헤지펀드와 총수익스와프(TRS·Total Return Swap) 계약을 맺고 이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PBS가 헤지펀드가 투자·운용을 하기 위한 자금을 TRS 계약을 통해 빌려주고, 헤지펀드는 이 자금으로 주식이나 채권 등을 매매(투자·운용)해 이익을 얻는다. 일종의 대출과 주식, 채권 매매 중개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방식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TRS 등 스와프 수수료와 수탁, 대차 수수료는 계약에 따라 많게는 계약액의 3~4%, 적게는 0.01% 수준에서 정해진다.

이 과정이 순탄하게 진행되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변수가 생기면 PBS는 즉각적인 행동에 나서고, 이는 주식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아케고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마진콜 사태다.

아케고스 캐피털 매니지먼트가 설정한 펀드를 관리하던 PBS는 펀드에게 필요 자금을 빌려주고 그에 해당하는 담보를 주식으로 보유하다가, 주가 하락으로 인해 담보 가치가 떨어지자 반대매매에 나서며 주가를 급락시켰다. 이 여파로 아케고스 캐피털 매니지먼트 펀드가 집중 투자했던 비아콤 CBS 주가는 100.34달러에서 5거래일 만에 45.01달러로 수직 하락하며 55% 급락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주가 급락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아야 했다.

◇ PBS가 검증 못 해 손실 키워… 신생 펀드 육성해야

PBS는 아케고스 사례와는 다른 방식으로도 개인투자자들에게 영향을 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PBS가 계약을 맺은 펀드가 제대로 운용되지 못하면서 이 펀드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는 경우다.

2019년 증권 업계를 뒤흔들었던 라임자산운용의 헤지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이런 경우다. 라임사태로 인한 투자 손실액은 최대 1조6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해당 펀드가 투자자의 손실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점검하지 못하고 단순히 대행하는 역할에만 머물렀던 PBS 행태가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PBS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PBS가 신생 펀드의 성장 단계에서부터 지원하는 인큐베이터 역할에 적극 나서야한다고 주장한다. 펀드의 성장단계에서부터 돕는 역할을 하면 해당 펀드가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에 투자하는지를 꼼꼼히 살필 수 있고, 그만큼 리스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이렇게 PBS가 아주 초기 단계부터 신생 펀드를 성장시킨 사례가 종종 있다. 2002년 미국 PBS DKR캐피탈은 신생 펀드에 자사 이름을 5년간 사용하도록 허용했다. 이 신생 펀드는 DKR 이름을 사용하며 펀드를 운용한 덕에 자산을 청산 직전 33억달러(약 3조7000억원)까지 늘릴 수 있었다. 유명 PBS의 이름값을 톡톡히 활용한 셈이다.

이후 해당 펀드는 오아시스라는 고유한 이름을 건 첫 사모펀드를 선보였고, 이 펀드는 이후 일본 닌텐도에 투자했고, 닌텐도의 모바일 게임 '포켓몬고'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업력이 짧은 신생 운용사는 처음부터 큰돈을 모아 굴리는 대신 소규모 펀드 자금을 모집해 '인큐베이션 펀드(incubation fund)'를 설정하고, 이를 운용해 실적과 평판을 쌓는다"며 "이때 인큐베이션 펀드의 자금 모집을 알선해주는 역할이 PBS 몫"이라고 설명했다. 송 연구위원은 "이 같은 과정을 통해 투자자들은 안정적인 펀드를 선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도 "(신생펀드에 대해) 펀드의 도덕성이나 윤리성, 자금 운용 실력 등 평판을 조회해 성장시키고 싶은 펀드에 대해서는 시드머니까지도 지원하는 PBS가 꽤 있다"고 설명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펀드의 설정 단계에서 PBS가 초기 자금을 펀드와 함께 투자하는 것을 시딩(seeding)이라고 하는데 종종 이런 방식의 투자를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며 "펀드와 PBS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투자법"이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시딩 투자가 PBS 사업분야 중 상당히 많은 이익이 나는 곳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