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급 부족이 지속하며 부산에서 시공사 부도로 공사중단 아픔을 겪은 ‘분양사고 아파트’까지 미분양 해소를 목전에 뒀다. 공사가 중단되며 ‘사고사업장’이 된 지 약 11년 만이다.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부동산 상승기를 타고 미분양 아파트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부산 강서구 명지동 엘크루블루오션.

27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HUG는 부산 강서구 명지동 엘크루블루오션4~6단지(옛 퀸덤2차) 10가구에 대한 공매를 지난 19일부터 진행 중이다. 이번 공매에서 10가구 중 4가구가 주인을 찾았다. 6가구는 유찰돼 다음 기일을 기다리고 있다.

낙찰가는 역대 최고가가 기록됐다. 4단지 전용 124㎡는 7억9600만원, 6단지 전용 189㎡는 14억3000만원에 각각 역대 최고가로 낙찰됐다. 4단지 전용 147㎡는 역대 최고가보다 500만원 낮은 10억1500만원, 5단지 전용 219㎡는 역대 최고가보다 1400만원 낮은 13억8600만원에 낙찰됐다. 시공사 부도로 공사가 중단돼 외면 받던 단지가 화려하게 부활한 것이다.

‘퀸덤’ 사업은 시공사 영조주택이 ‘국내 최초 영어전용 단지’를 짓겠다며 야심차게 추진한 사업이다. 미국 명문 학교를 유치하고, 단지 내 상가를 분양하지 않고 직접 운영해 영어권 원주민을 직원으로 고용한다는 독특한 마케팅을 펼쳤다. 퀸덤1차 사업으로 에디슨타운과 아이슈타인타운, 링컨타운 등 3개단지 2866가구가 2009년 준공됐다. 고분양가 논란에도 퀸덤1차 사업은 분양에 성공했다.

뒤이어 시작한 퀸덤2차 1041가구 사업은 실패했다. 공정률 70%대에서 영조주택이 2010년 부도가 나며 공사가 중단된 것이다. HUG는 이곳을 사고사업장으로 분류하고 이듬해 대우조선해양건설을 새로운 시공사로 선정했다. HUG가 퀸덤2차 1041가구를 직접 완공시킨 뒤 2013년부터 ‘엘크루블루오션’ 이름으로 순차적으로 공매에 돌입했다.

HUG에 따르면 2013년 공매 초기엔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미분양 해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나, 상승장을 타고 점차 미분양이 줄었다. 현재는 30여가구에 불과하다. 공사가 중단된 지 무려 11년 만에 ‘완판’이 가까워진 것이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원월영 마린애시앙’ 전경.

부영주택도 이번 부동산 상승장에서 2016년 첫 분양 이래 5년간 미분양으로 남은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원월영 마린애시앙’ 4298가구를 이달 중순 완판했다. 분양가 최고 15% 할인과 발코니 무상확장 등 여러 혜택을 내세웠는데, 미분양을 해소한 결정적 동력은 ‘집값 상승’이었다. 인근 단지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며 저평가론이 나온 결과다.

창원시 등에 따르면 창원월영 마린애시앙은 2016년 첫 분양에서 무려 4121가구가 미달됐다. 지난해 5월까지도 미분양이 4077가구에 달했다. 4년여 동안 불과 50가구만 팔린 것. 그러나 이때부터 미분양이 급속 소진됐다. 6월 3782가구, 10월 2796가구, 11월 1692가구, 12월 931가구 등으로 미분양이 가파르게 줄었다.

‘악성 미분양’ 단지까지 모두 해소되며 전국 미분양 아파트 수는 최저점을 기록하는 중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1만5786가구로 집계됐다. 전달(1만7130가구)보다 7.8%(1344가구) 줄었다. 이는 국토부가 미분양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이래 역대 최저 기록이다. 지난 1월 역대 최저치 기록을 한 달 만에 경신했다.

수도권 미분양은 1597가구로 전월(1861가구) 대비 14.2%(264가구) 줄었고, 지방도 1만4189가구로 전월(1만5269가구) 대비 7.1%(1080가구) 감소했다. 서울은 전월(49가구)보다 39가구(79.6%) 늘어난 88가구로 집계됐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최근 수도권 집값이 주춤하는 가운데, 지방은 호재가 있거나 지역경제가 회복하는 곳을 중심으로 거래량이 증가하는 모습"이라면서 "서울은 미분양이 거의 없고, 지방도 재고 시장, 분양시장, 거래시장 전반이 괜찮다 보니 미분양 해소 추세를 이어갈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