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손자를 시행사 오너로 만들어 탈세한 건설사 사주도
A그룹의 주력 계열사 B사는 장기간 영업활동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높여온 기업 상표권(CI)을 사주 일가가 100% 지배하는 또다른 회사 A에 무상으로 이전했다. B사는 그 후 A사에 광고선전비 수백억 원 계속 지출했다. A사의 사주 일가는 이후 상표권 가치 형성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않은 채 이전받은 상표권 사용료에 버금가는 금액을 급여나 배당으로 가져갔다. 세정당국은 사주 일가의 상표권 사용료 부당 수취 및 고액 급여·배당 부당 수령 혐의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C, D사가 속한 그룹의 창업주인 E씨와 그 아들인 사주 형제는 경영 성과와 무관하게 고액의 급여를 받아왔다. 기타 임원이 연간 1~2억원의 급여를 받는 동안 E씨는 연간 15~25억원을 받았다. E씨는 다른 공동대표와는 달리 퇴직 직전에 대폭 증가한 급여를 바탕으로 수백억대의 퇴직금을 받기도 했다. C사는 사주 자녀 등이 지배하는 D사에 인력 및 기술을 지원하고 받아야 할 수백억원 상당의 경영지원료를 터무니없이 적게 받고, C사 직원의 출장비 명목으로 수백만 달러를 환전한 후 해외에 체류 중인 사주 자녀 등의 유학비 등으로 변칙 사용하기도 했다. 이에 세정당국은 사주 일가에 대한 급여 및 퇴직금을 과도하게 지급한 혐의와 계열사로부터 경영지원료 등을 적게 받는 등 부당 지원 혐의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국세청은 27일 이같은 사례와 유사한 방식으로 세금을 내지 않고 회사의 이익을 빼돌린 탈세 혐의자 30여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유형별로 보면 ▲경영성과와 무관하게 사주 일가만 고액의 급여나 퇴직금을 받거나 무형 자산을 사주 일가의 명의로 등록하는 등의 방법으로 기업의 이익을 이전한 탈세 혐의자 15명 ▲사주 자녀가 지배하는 계열사에 개발 예정 부지 및 사업권을 현저히 낮은 가격 또는 무상으로 이전하거나 상장·투자 등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변칙 증여한 혐의자 11명 ▲기업의 자금으로 최고급 아파트나 슈퍼카 등을 구입하거나 도박을 한 탈세 혐의자 4명 등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들 조사 대상자의 총 재산은 2019년 기준 9조4000억원으로 일가 합계 기준 평균 3127억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사주 1인당 평균 급여는 13억원, 평균 퇴직소득은 87억원이었다.
건설사의 사주 F씨는 아파트 신축사업 직전에 시행사 G의 주식 지배 지분을 초등학생 손자 H군에게 증여했다. G사(社)는 F씨가 운영하는 건설사의 전사적 지원을 통해 성공적으로 분양을 완료해 거액의 이익을 달성했다. 초등학생 H군은 자력으로 사업을 할 수 없는 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노력없이 G사의 사업이익을 독식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고 세금 부담도 피했다. 이에 세정당국은 G사 주식 가치 증가에 따른 이익과 관련해 H군이 내야할 증여세와 G사가 내야할 법인세 등 수십억원을 추징했다.
사주가 자녀에게 회사를 먼저 넘긴 뒤, 이 회사에 본인 소유의 땅을 헐값에 팔아 탈세를 시도한 사례도 공개됐다. 사주 J씨는 자녀들에게 본인 소유 회사 K의 주식을 전부 증여해, K사는 자녀들이 지분 100%를 갖는 회사가 됐다. 이후 J씨는 주식 증여 후 2년이 되지 않은 시점에 K사에게 가격이 급등하는 강남 노른자위 땅을 취득가액의 절반 수준인 가격에 팔았다. 이에 자녀들은 수백억 원 상당의 시세차익을 얻게 됐다. 그러나 J씨는 이 땅을 팔면서 손해가 발생한 것처럼 꾸며 양도소득세를 과소 신고하고, J씨의 자녀 역시 토지를 저가로 취득하면서 얻게 된 증여 이익에 대한 증여세 신고를 누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세정당국은 J씨의 양도소득세 과소 신고 및 J씨 자녀의 증여세 신고 누락 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M그룹의 최고위 임원 L씨는 계열사 N사의 상장 추진 업무를 주도적으로 추진하면서 알게 된 내부 정보를 배우자와 자녀에게 전달했고, L씨의 배우자와 자녀는 친인척 명의를 빌려 이 계열사 N의 주식을 취득했다. 이후 이 계열사 N은 1년만에 상장해 주가가 3배 이상 상승했고, L씨의 배우자와 자녀는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게 됐다. 세정당국은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에게 재산가치 증가이익과 주식 명의신탁 관련 증여세 및 법인세 수백억원을 추징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사익편취, 편법과 특혜를 통한 부의 대물림 같은 반칙·특권 탈세에 대해서는 조사역량을 최대한 집중할 예정"이라면서 "조사과정에서 증빙자료의 조작이나 차명계좌의 이용 등 고의적으로 세금을 포탈한 행위가 확인되는 경우에는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고발 조치하는 등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고액 급여·퇴직금과 관련해서는 "판례에서는 동종 업계나 타 임직원과의 수준을 비교하고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감안해 부당 급여 여부를 판단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공개회사(한국의 상장회사와 유사)의 특정임원의 보수 중 1백만 달러 초과 부분은 일률적으로 손금 산입을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