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이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 부문 시상자로 나서 한국어로 후보들을 소개했다.

봉 감독은 25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하는 대신 서울에서 녹화한 영상을 통해 감독상 후보들을 소개했다. 봉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한 것은 지난해 ‘기생충’으로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부문을 석권한 뒤 1년 2개월 만이다.

지난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해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부문을 석권한 봉준호 감독.

봉 감독은 이날 영상에서 감독상 후보에 오른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 ‘어나더 라운드’의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 ‘맹크’의 데이빗 핀처 감독,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 감독, ‘프라미싱 영 우먼’의 에머랠드 페넬 감독에게 ‘길에서 어린 아이를 붙잡고 감독이란 직업이 무엇인지 20초 이내에 짧게 설명해야 한다면 뭐라고 답할 것인가’를 물었다며 이들 후보의 답변을 소개했다. 봉 감독은 영어 대신 한국어로 후보들의 말을 전했고, 통역은 ‘기생충 통역사’로 함께 유명해진 샤론 최가 맡았다.

감독상은 노매드랜드의 자오 감독이 수상했다. 자오 감독은 ‘감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것저것 웬만큼은 할 줄 알지만 뭔가 하나 마스터한 적 없는 그런 사람들"이라며 "그러다 일이 꼬여갈 때 ‘버든 오브 드림스’ 같은 영화를 보면서 ‘베르너 헤어초크 감독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스스로 물어보는 존재"라고 답했다.

후보에 올랐던 미나리의 정 감독은 같은 질문에 "영화는 삶에 대한 응답이어야 한다. 그 반대는 성립하지 않는다"며 "진정 사람들에게 가닿을 수 있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스토리텔러는 늘 우리 자신에 뿌리 내리고 있어야 한다"고 자신의 감독관을 설명했다.

이날 시상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170여명 규모로 대폭 축소됐다. 통상 후보자와 관객 등 3000명이 넘게 모이는 행사인만큼 이례적이라는 평이 나온다. 장소도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유니언 스테이션으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