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시내 면세점과 공항 면세점 특허를 모두 반납한 SM면세점이 인천공항공사와 법적 다툼으로 치달았다. 공항공사가 SM면세점의 최대주주인 하나투어(039130)에 공항점 조기 철수와 관련해 임대료와 손해배상금 등 500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요구하자, 하나투어가 소송을 제기하겠다며 반발한 상황이다.

26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는 오는 5월 13일 인천지법 상임조정위원회의 중재를 통해 인천공항공사와 보증금 반환과 미납임대료 금액 산정, 손해배상 여부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조정이 불성립 하면 하나투어가 준비한 채무부존재 소송을 진행하게 된다.

SM면세점은 지난해 8월 말 계약이 만료된 제1터미널점의 연장영업을 포기했고, 제2터미널점과 입국장 면세점은 특허권을 조기 반납하고 철수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철수한 공항 면세점의 미납임대료 180억원과 300억원대 손해배상금 등 모두 500억원을 SM면세점의 채무라고 주장하고, 공항 면세점의 임차보증금을 반환해 주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11일 오후 이용객이 거의 없는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면세구역.

이 때문에 하나투어(039130)는 법무법인을 선임해 채무부존재 소송을 준비했다. 정부가 한시적으로 2020~2021년 면세점 매출에 대해 대·중견기업은 특허수수료를 50%, 중소기업은 75% 감면해주기로 한만큼 SM면세점도 75% 감면율을 적용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SM면세점은 당초 정부가 중견·중소기업 면세점 할당제를 도입하면서 국내 중소기업들의 합자회사 형태로 출범했다. 하나투어를 비롯해 보석 브랜드인 제이에스티나 등을 보유한 로만손, 화장품업체 토니모리, 가방 브랜드 호미가를 보유한 휘권양행, 김 전문업체인 삼해상사 등 10여곳이 공동투자했다.

지난 2015년 11월 인천공항점과 이듬해 2월 서울점을 연 SM면세점은 이후 입국장 면세점이 신설되자 특허권을 추가로 따냈다. 그러나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에 이은 코로나19 사태까지 맞으며 실적이 악화됐다. 10% 지분율로 참여한 하나투어는 면세점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증자를 통해 자금을 투입했고, 지난해 말 기준으로 SM면세점 지분 약 90%를 보유하게 됐다.

하나투어는 SM면세점의 주주 특성상 미납임대료를 80억원 수준으로 조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항점 조기 철수로 인한 손해배상 역시 인천공항공사가 입찰을 진행해 사업자를 빠르게 재선정했어야 하고, 임대차 계약에도 정부 명령에 의해 공항 이용객이 줄어들면 임대료가 면제되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는 점을 들어 반박했다.

반면 인천공항공사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정부가 출입국을 공식적으로 금지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같은 예외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견기업인 하나투어가 최대주주라는 점을 들어 SM면세점의 임대료 감면율도 대기업과 동일한 50%로 산정했다. 하나투어는 주력 사업인 여행업이 위축되면서 지난해 적자를 냈고, 자산과 인력 구조조정까지 진행 중이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SM면세점의 시작 자체가 국내 중견·중소기업의 판로 확대를 위한 연합체로 시작된만큼 하나투어가 현재 최대주주라고 해도 별도 회사이고, 대기업과 똑같은 감면율을 적용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면서 "전례 없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공항 면세점을 정상적으로 영업하기 어려워진 점을 감안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또다른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중견·중소기업에 할당한 입국장 면세점 역시 판매가 잘 될만한 주류·담배를 불허하면서 경쟁력이 크지 않았다"면서 "여행업황과 면세점업계가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 (인천공항공사가) SM면세점에 500억원 가까운 금액을 요구하는 것은 (하나투어에게) 사망 선고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면세점업계 1·2위인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임시 연장영업 끝에 올해 2월 말로 인천공항 제1터미널 공항점 영업을 종료했다.

정부가 면세점업에 대한 이해 없이 중소·중견기업 할당제를 시행하고 특허권을 과잉발급한 점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상품을 직접 매입해 판매하는 업종 특성상 규모의 경제와 브랜드 파워가 중요하고, 사드 사태 당시에도 대기업인 한화그룹과 두산그룹이 면세 사업을 접은 전례가 있음에도 꾸준히 특허권을 발급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현재는 대기업들도 점포 재조정 등 비용 절감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신세계면세점이 서울 강남점을 3년 만에 철수하기로 결정했고, 면세점업계 1·2위인 롯데와 신라면세점마저 인천공항 제1터미널 지점을 포기했다.

이 가운데 인천공항공사는 중소기업의 판로 확대를 위해 인천공항에 중소기업제품 전용 면세사업권을 신설한다고 지난 21일 발표했다. 신규 사업자로 선정된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중소기업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출범한 중소기업 제품 전용 판매점인 '아임쇼핑’을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