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네이버 밴드서 '골프 상대 소개' 명목으로 성매매 알선
카카오·네이버 "고객 사생활… 모니터링 어렵다" 방치

"박 실장한테 전화번호 받아 연락 드립니다. 골프를 꼭 치시고 싶나요? 시간 되면 보시죠."

지난 22일 늦은 오후, 익명의 남성으로부터 이같은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다. 무료 골프 모임에 참여할 여성을 찾는다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접속해 방장에게 인적사항과 얼굴 사진 등을 보내자 함께 골프를 칠 남성이 ‘매칭’된 것이었다.

골프 모임은 명분일 뿐 남성은 "성관계를 좋아하느냐" "여럿이서 함께 성관계를 한 경험이 있느냐" "하룻밤에 얼마 정도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쏟아냈다.

지난 22일 오후 카카오톡 오픈채팅에 골프 모임을 빙자한 성매매 알선 채팅방이 개설돼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방역에 따른 유흥시설 영업 제한 조치로 성매매 업소 운영이 어려워지자, 온라인 메신저와 소셜미디어(SNS) 등을 중심으로 한 ‘비대면’ 성매매 알선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골프 모임을 빙자해 남성들로부터 알선비를 받고 여성과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성단체 관계자는 "명백한 성매매 알선 행위"라며 "불법 행위를 내버려두는 기업들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 여성 대상 ‘무료 라운딩’ 홍보하더니… "몸매 사진 달라, 남성 연결해주겠다"

지난 22일 오후 네이버 ‘밴드’에 ‘골프’ ‘라운딩’ 등을 검색하자 ‘여성무료골프’ ‘골프매칭’ ‘무료초대라운징’ 등 이름의 모임이 검색됐다. 이들 모임은 한 명의 운영자와 많게는 700여명의 회원들로 구성돼 있는데, 대부분 여성만 가입이 가능했다.

이름과 전화번호, 사는 지역을 입력하고 운영자의 승인을 받아 밴드에 가입하자 운영자로부터 "프로필을 보내달라"는 메시지가 왔다. 그가 제시한 자기소개 문항에는 가슴 크기, 신체부위 중 자신있는 곳 등이 포함돼 있었다. 그는 "특히 프로필 사진은 전신 2장 얼굴 2장을 보내주셔야 남성분께 어필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오후 한 ‘골프 모임’ 네이버 밴드에 가입하자 운영자가 보내 온 메시지.

이어 "몸매가 잘 드러나야 차후 무료라운딩 추천 등 관리자 가산점이 높아진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밴드 운영자가 단순히 만남만 주선하는 것이 아니라, 회원들의 프로필을 수집해 점수를 매긴 뒤 관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골프 모임은 밴드 운영자가 남성들에게 원하는 시간과 장소 등을 의뢰 받아 밴드에 골프 장소와 시간, 의뢰인 나이, 요구사항 등을 올린 뒤 여성 가입자의 신청을 받아 연결해주는 식으로 이뤄졌다.

한 운영자는 성매매 행위에 대해 "직접 주선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남자분들이 많이들 찾으신다. 하기 나름이니 알아서 하시라" "많이 다녀보면 곧 요령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밴드 운영자가 적극적으로 성매매 행위를 알선하진 않지만 이를 묵인하거나 때론 권유하는 모습이었다.

◇ 골프 모임 빙자 "하룻밤에 얼마냐" "변태 성향 남성 연결해주겠다"

일회성 성격이 짙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선 더욱 노골적인 요구가 오갔다. 같은 날 오후 카카오톡에는 ‘VIP골프’ ‘여성무료골프’ ‘비밀라운딩’ ‘무료라운딩’ ‘초대라운딩’ 등을 키워드로 한 1대1 오픈채팅방이 다수 검색됐다.

지난 22일 오후 ‘골프 모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방장이 금액을 제시하며 성매매를 알선하고 있다.

채팅방에 입장하니 방장은 ‘함께 골프를 칠 남성을 연결해주겠다’며 인적사항과 신체 사이즈, 주량 등의 내용이 담긴 자기소개와 얼굴·전신 사진을 요구했다. ‘무료 라운딩’과 ‘알바 라운딩’ 중 무엇을 선호하냐는 질문에 ‘알바 라운딩’을 원한다고 답하자 "알바면 19홀이 보장돼야 한다"는 말이 돌아왔다. 19홀은 18개의 홀로 이뤄진 골프 코스를 마친 뒤 갖는 뒤풀이 자리를 뜻하는 은어다.

이 방장은 "18홀을 돌고나면 그 다음이 호텔이다" "무료 라운딩으로도 19홀 뛰시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꼭 호텔에 가야 하느냐"고 묻자 그는 "그렇다"고 잘라 말했다. 금액대는 10만~30만원 선이었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액을 제시하자 "돈이 급하신 거면 변태 성향의 남자를 연결해주겠다. 2대1, 2대2 (성관계)를 원하는 남자들이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제안을 수락하자 얼마 후 한 남성으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다. 그는 "골프가 꼭 치고 싶은 것이냐"며 "하룻밤에 얼마정도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골프 모임은 명목일 뿐, 사실상 성매매 알선 행위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었다.

지난 22일 오후 성매매 알선을 받은 남성에게 온 카카오톡 메시지.

◇ 네이버·카카오 "회원간 대화는 선제적 모니터링 대상 아냐"

그러나 네이버와 카카오 측은 개인 사생활을 이유로 들며 "일일이 검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밴드 관계자는 "공개 밴드에 올라오는 게시물에 대해선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며 "다만 비공개 밴드나 개인 채팅 같은 경우엔 표현의 자유와 개인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어 신고 기반으로만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고된 대화에 대해서도 ‘성매매’라는 말이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경우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수사기관의 협조 요청에는 성실히 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카오 측도 같은 입장이었다. 카카오톡 관계자는 "오픈채팅 닉네임과 제목에 대해 사회 이슈 기반 자료를 토대로 금칙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모니터링하고 있다. 오픈채팅 이용자들이 유해 콘텐츠에 대해 서로 신고할 수 있으며, 신고가 접수되면 제재가 적용된다"면서도 "채팅방 내부의 일이 오프라인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것에 대해선 알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여성단체들은 네이버와 카카오가 ‘고객의 사생활’을 이유로 범죄 행위를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이건 사적 영역이라고 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성매매가 불법인 나라다"며 "불법이 확실한데 기업들은 그런 정보들을 그저 내버려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도 "성관계를 대가로 금품이 오갔다면 의심할 여지 없이 위법"이라며 "성을 사고 판 당사자 뿐 아니라 주선자 역시 알선 행위가 입증된다면 성매매 특별법에 따라 처벌 받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