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글로벌 종이 사용량이 감소한 가운데, 제지업계가 친환경 제품 개발로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대신 종이를 쓰는 움직임이 늘자 이를 미래 먹거리로 삼으려는 것이다. 다만 친환경 제품은 원가가 상대적으로 높고 시장 또한 초기 상태라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22일 제지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지업계의 양대 산맥인 한솔과 무림은 종이 원료인 펄프에서 추출하는 친환경 신소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나노 셀룰로오스'가 대표적이다. 무게가 철의 5분의 1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5배 더 높아 철·플라스틱 등의 대체재로 꼽힌다. '제2의 탄소섬유'로 불릴만큼 활용도가 높고, 나무에서 얻는 만큼 재생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무림과 CJ대한통운이 개발한 친환경 '종이 완충재'.

나노 셀룰로오스는 나무의 주성분인 셀룰로오스를 10억분의 1로 쪼개 나노화해 만든다. 종이를 만드는 데 필요한 펄프는 나무를 잘게 자른 목재칩을 고온·고압에서 증해(Cooking)하는 공정을 거치는데, 이후 세척·표백·건조 공정 과정에서 리그닌(Lignin)이라는 부산물이 발생한다. 그동안 다른 쓰임새를 찾지 못해 폐기 처리해왔던 이 부산물을 이용해 개발한 친환경 신소재가 나노 셀룰로오스다.

국내 제지업체 중 유일하게 펄프를 직접 생산하는 무림P&P(009580)는 이도균 대표 주도 하에 나노 셀룰로오스를 친환경 제품으로 개발하고 있다. 생산 원가 경쟁력 확보를 내세워 라면이나 과자 등 식품 포장에 쓰이는 필름이나 자동차 도어트림 같은 내장용 복합소재 등에 적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한솔제지(213500)도 지난 2019년 친환경 폴리우레탄 제품 생산업체 티앤엘과 나노셀룰로오스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해 '듀라클(Duracle)'이란 브랜드를 론칭했다. 이후 나노 셀룰로오스를 이용해 코팅·페인트·화장품·고무·우레탄 등 다양한 분야에 공급하기 위한 후속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들 업체는 나노 셀룰로오스 외에도 펄프를 이용한 신소재와 제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경쟁에 불이 붙은 모양새다. 지난 2월 한솔제지는 롯데제과와 함께 카카오 열매 성분이 함유된 친환경 종이 포장재 '카카오 판지'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무림P&P는 지난달 11일 코오롱스포츠와 재활용 수지를 활용해 만든 우드플라스틱(WPC) 옷걸이를 공개했다.

한솔제지가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식자재 쇼핑몰 배민상회에 공급하는 친환경 종이 포장 용기 '테라바스'.

한솔제지는 지난달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식자재 쇼핑몰 '배민상회'에 친환경 종이 용기 '테라바스'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기존 용기는 플라스틱 계열 성분인 폴리에틸렌을 코팅한 것인데, 테라바스는 자체 개발한 수용성 코팅액을 사용한 종이 용기라 자연분해가 가능하고 재활용이 쉽다.

한솔제지는 이달 12일엔 자체 개발한 친환경 종이 포장재 '프로테고(Protego)'를 화장품 제조기업 엔코스의 해외수출용 마스크팩 파우치에 사용한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무림은 CJ대한통운(000120)과 함께 친환경 종이 완충재를 만들어 택배 배송에 적용한다고 지난달에 발표했다.

제지업계가 친환경 신소재 및 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인쇄용지 등 종이 수요가 급격히 줄고 있기 때문이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 감축 등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로 인쇄용지 소비까지 줄면서 대체 시장 확보 차원에서 친환경 소재 개발에 집중하는 모습"이라며 "지금은 친환경 포장재·제품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작지만, 장기적으로 업체 간 격차를 벌리는 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다만 생산원가가 비싸 제품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평도 나온다. 한 제지업계 관계자는 "종이 빨대 원지 생산원가는 일반 종이보다 약 10배 비싼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친환경 사업은 성장 잠재력이 크지만, 이제 연구 및 개발을 시작하는 분야이기에 앞으로 기술 개발과 더불어 원가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