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글로벌 증시가 주춤한 와중에도 나 홀로 우상향 곡선을 그리던 중국 증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미국 뉴욕 증시를 비롯해 국내 코스피지수가 고공행진 하는 반면, 중국 증시만 낙폭을 키우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조선DB

최근 중국 증시는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까지 연초 대비 보합을 유지했다. 선전성분지수는 4.8% 하락했고, 상하이와 선전증시에서 거래되는 우량주를 모아둔 CSI300지수는 3.4% 하락했다. 지난 15일 기준으로 중국 증시 거래대금은 춘절 직전 고점보다 40% 이상 감소했다.

같은 기간 미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경기 회복과 1분기 실적 기대감 등이 맞물리며 고점을 잇달아 새로 쓰기를 반복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2.5% 상승했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각각 12.8%, 9.6% 올랐다. 코스피지수도 8.6%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정책 리스크가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인민은행의 경기 부양책 축소와 정부의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부각되는 미·중 갈등 우려도 지수를 끌어내리는 요인 중 하나로 꼽혔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세가 예상보다 더 빨라지면서 내부적으로 기업이익보다 통화긴축과 마진 스퀴즈(수익성 압박) 우려가 더 부각됐다"며 "3월 이후 유동성 환경과 재정정책 역시 기대에 못 미쳤다"고 설명했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1월부터 빅테크 기업 규제 강화 의지를 드러내 왔다. 지난 10일 중국 반독점 규제기구인 시장감독총국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에 반독점법 위반을 이유로 182억2800만위안(한화 약 3조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는 알리바바 2019년 매출의 4%에 해당하는 규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디지털 경제 육성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정책 당국의 통제권을 벗어나는 행위 또는 중국 체제 자체를 위협할 수 있는 빅테크에 대해서는 강력한 규제를 하고 있다"며 "빅테크에 대한 규제 리스크가 해소되지 못하고 오히려 강화되면서 중국 증시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윈 알리바바그룹 창업주.

뿐만 아니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강경한 대중 정책 기조를 재차 내세우면서 미·중 갈등이 다시 점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이달 초에는 미 국무부에서 내년으로 예정된 베이징 동계 올림픽 보이콧 가능성을 언급하고, 중국 정부가 맞대응하는 과정에서 시장 변동성을 키웠다.

다만 중국에서 발표되고 있는 각종 경제 지표들이 긍정적인 만큼 추세적인 하락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올해 1분기 중국 경제성장률(GDP)은 전년동기대비 18.3% 성장하며 시장 예상치(18.5%)에 부합했다. 경기 정상화에 작년 급감했던 기저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다.

일각에선 지난 20년 동안 중국 증시에서 4월이 항상 변곡점으로 작용해왔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4월 중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이후 첫 정치국회가 개최돼 정책 기조가 변화하거나 연간 및 1분기 실적 발표를 계기로 향후 실적 방향성이 정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2008, 2011, 2018년에는 4월 이후 추세 하락으로 돌아섰고, 2009, 2013, 2017, 2020년에는 반대로 상승 전환했다.

김 연구원은 "표면적으로는 디레버리징(부채 축소)과 무역전쟁이 겹쳤던 2018년과 유사하지만, 구조적인 차이가 크다는 점에서 중국 증시는 다시 상승 전환할 것"이라며 "2018년에는 금융긴축과 디레버리징 조치가 역대급 강도로 이뤄졌지만, 올해는 점진적으로 정상화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2018년 기업이익은 1분기에 정점을 통과했지만, 올해 기업 이익 사이클은 기저효과를 제거할 경우 상승 사이클의 중반에 다가섰다"며 "미국의 중국 제재의 단기적인 영향도 실물경제 전체가 아닌 반도체, 태양광 산업 등에 집중됐다"고 했다. 그는 "체력과 정책 여력도 당시보다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9일 중국 증시는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50.93포인트(1.49%) 오른 3477.55에 거래를 마쳤다. 선전성분지수는 2.89% 오른 1만4117.80에 거래를 마쳤고,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차이넥스트지수는 4.14% 급등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