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만 40세 女대표 배어복 총리 후보로 지명
여론조사서 지지율 20% 넘어 기민·기사당 추격
코로나 재확산에 부패 스캔들로 與 지지율 하락세
기민당, 여론조사 앞서는 죄더 대신 라셰트 지지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녹색당 공동대표가 19일(현지 시각) 자당 총리후보로 지명된 이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는 9월 연방의회 총선거를 앞둔 독일의 녹색당이 만 40세의 당대표 안나레나 배어복을 총리 후보로 지명했다. 녹색당이 총리 후보를 내는 건 창당 후 40년만에 처음이다. 백신 접종 지연과 부패 스캔들로 보수 여당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가운데 최연소·여성 인재를 내세워 '포스트 메르켈' 쟁탈전에 직접 뛰어들기로 한 것이다.

19일(현지 시각)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배어복 녹색당 공동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독일의 개혁을 위해 총리 선거에 입후보한다"며 "이 나라에 새로운 시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의롭게 시민을 돌보고 디지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며 민주주의를 지킬 능력이 있는 유럽의 중심으로 독일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1980년생인 배어백은 28세에 녹색당 브란덴부르크주(州) 대표가 된 뒤 33세에 연방의회 의원에 당선됐다. 37세에는 중앙당 대표에 올랐다. 남편과 두 딸을 둔 엄마로서 메르켈의 '무티(Mutti·어머니를 뜻하는 Mutter의 애칭) 리더십'을 이을 차세대 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당초 로베르트 하벡(51) 공동대표와 후보직을 겨뤘으나 수개월 간 협의 끝에 합의에 이르고 본격적인 선거 준비에 돌입키로 했다. 하벡은 "총리직을 위해 함께 싸우겠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녹색당, 보수정권 반감 속 주류세력으로 부상할 기회 얻어"

현지 언론은 녹색당이 최근 상승하는 지지율에 힘입어 역사상 최초로 독일 정치권의 주류로 부상할 기회를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녹색당은 전통적 좌파 정당인 사회민주당(SPD)보다도 정치색이 더 뚜렷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 간 중도층을 적극 겨냥하며 정치적 폭을 확대하고 있다. DW는 "녹색당이 극우정당인 AfD(독일을 위한 대안)를 제외한 모든 당에 장벽을 허물고 접근성을 높이면서 혼란에 빠진 보수연합을 추격할만한 대중정당으로 발돋움했다"고 전했다.

지난 18일 여론조사기관 칸타르에 따르면 녹색당의 지지율은 22%로 메르켈 총리의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의 지지율(29%)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이달초 주간지 '슈피겔'이 실시한 지지율 조사에서도 녹색당은 23%를 얻어 기민·기사당(28%)을 추격했다. 사회민주당(SPD)은 15%를 얻었다. 녹색당이 차기 연정(연립정부)의 중심으로 떠오를 거란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앞서 녹색당은 지난달 치러진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의회 선거에서 32.6%를 얻어 역대 최고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DW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70% 감축하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며 독일의 전통적 정책 기조인 '블랙 제로(균형 재정)'를 깨고 인터넷 등 사회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겠다는 녹색당의 정책이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아르민 라셰트 독일 기독민주당(CDU) 대표가 19일(현지 시각) 베를린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與 지도부, 후보 단일화 갈등 속 라셰트 대표 지지키로

한편 후보 단일화를 둘러싸고 갈등을 벌였던 보수연합도 공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dpa통신은 이날 기민당 지도부가 아르민 라셰트 당대표를 단일 총리후보로 지지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통상 보수연합은 다수파인 기민당에서 단일 후보를 내왔지만, 이번에는 연정에 참여한 기사당의 마르쿠스 죄더 당대표도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여권 내 2파전 구도가 형성됐다. 특히 소수파 수장인 죄더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라셰트를 앞서는 것으로 집계돼 양측이 단일화 시한을 넘겨서까지 접점을 찾지 못한 상태였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기민당 집행위원회는 6시간에 걸친 회의 끝에 해당 건을 표결에 붙였고, 라셰트가 전체 위원 46명 중 31명의 지지를 얻었다. 죄더는 9표를 받았으며 무효는 6표로 집계됐다. 전날 죄더가 기민당 지도부의 표결에 따른 결정을 수용하겠다고 밝힌 만큼 라셰트가 보수연합의 단일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