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흑석2구역의 분양가가 전용면적 59㎡도 1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부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공공재개발이 민간재개발보다 비싸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수준의 분양가이다 보니 ‘현금 부자’를 위한 공공재개발이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2구역 모습.

20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따르면, SH는 지난 16일 열린 흑석2구역 주민설명회에서 주변 시세의 75% 수준인 3.3㎡ 당 4224만원을 분양가로 제시했다. SH는 민간재개발로 진행할 경우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아 3.3㎡당 3615만원의 분양가가 예상되지만, 공공재개발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분양가를 더 높게 책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반분양가가 비싸지면 조합원들에게는 이익이 되고, 사업 추진 동력을 확보하기도 쉬워진다.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필요한 조처라는 얘기다. 흑석2구역에서는 총 1324가구 가운데 512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으로 배정될 계획이다. 주택형 별로 ▲전용 39㎡ 93가구 ▲전용 59㎡ 87가구 ▲전용 84㎡ 252가구 ▲전용 115㎡ 80가구 등이다.

가장 공급량이 많은 전용 84㎡ 분양가는 최대 14억원으로 예상된다. 중소형 면적인 전용 59㎡도 10억7000만원 선의 분양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인근 시세와 비교해 보면 흑석2구역 분양가 자체가 비싼 것은 아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 전용면적 84㎡는 지난 1월 4일 21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흑석2구역의 같은 전용면적 분양가가 14억원이라고 해도, 6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이 예상된다. 일반 분양자 입장에서도 청약에 성공하기만 하면 ‘로또분양’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는 의미다.

문제는 현재 정책상 분양가 9억원이 넘는 아파트는 중도금 집단 대출이 제한된다는 점이다. 계약금(20%)과 중도금(60%)을 합쳐 분양가의 약 80%를 현금으로 가진 사람만 청약에 도전할 수 있다. 실수요자 사이에서는 "공공재개발 물량을 ‘현금 부자’만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사리에 맞지 않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까지 선정된 공공재개발 후보지는 총 24곳이다 SH는 나머지 사업지에 대해서도 ‘1호 사업지’인 흑석2구역과 비슷한 시세 반영률(75%)을 적용할 방침이다. SH 관계자는 "흑석2구역은 택지비가 워낙 비싸 실수요자 입장에선 다소 비싼 분양가가 매겨진 것"이라면서 "앞으로 추진될 다른 사업지에서는 보다 현실적으로 접근 가능한 분양가를 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집값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입지가 좋은 흑석동에서 분양가가 10억원이 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면서 "소득은 많지만 자산은 적은 3040 실수요자들이 분양 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