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저가주택 외지인 매수 급증
법인 명의 매수 사례도...명의신탁 의심
국토부 실거래 조사, 토지로 확대 방침

부동산 임대·개발업 법인 A는 지난해 9월부터 2개월 동안 대구 달서구 소재 아파트 10채를 집중 매수했다. 실제 거래금액이 8억원이지만 6억9000만원으로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신고했다. 국토부는 가격 허위신고 및 취득세 탈세 의심으로 A 법인을, 양도세 탈세 의심으로 매도인을 지방자치단체와 국세청에 통보해 관련 혐의를 확인할 계획이다.

이처럼 세금을 피하려는 목적으로 공시가격 1억원 이하의 저가 주택을 외지인들이 매수하는 사례가 급증하는 이상 과열 조짐이 확산되고 있다. 울산·천안·창원 등 비규제지역을 중심으로 사례가 늘었다.

국토교통부 내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기획단)은 과열양상이 집중적으로 나타난 창원‧천안‧전주‧울산‧광주 등 15개 주요 지역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약 3개월 간 조사했다고 19일 밝혔다. 기획단은 부동산 거래동향분석·조사 및 불법행위 단속을 전담하는 정규조직이다. 기획단은 지난해 9∼11월 신고된 총 2만5455건 거래 중 외지인 투기성 주택 매수, 미성년자 편법증여 및 업다운 의심 등 이상거래 1228건을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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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단은 1228건 가운데 244건의 불법 의심사례를 확인했다. 실거래신고 시 제출한 신고서‧자금조달계획서 및 자금조달‧출처 증빙자료를 정밀 검토한 결과, 탈세 의심 58건, 부동산거래신고법 위반 의심 162건 등 총 244건을 적발했다. 주로 공시가격 1억원 이하의 저가주택을 외지인들이 사들인 사례였다.

지난해 발표한 7·10 주택시장 안정 보완 대책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율을 인상할 때,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주택은 취득세 중과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에 따른 쏠림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광주남, 대구남‧달서, 부산진‧강서, 세종, 울산남, 전주완산‧덕진, 창원의창‧성산, 천안서북, 파주, 포항남‧북이 조사 대상이었다.

외지인이 법인 명의를 이용하여 저가주택을 다수 매입한 사례도 발견했다. 경기도 안양에 거주하는 B는 지난해 6월부터 5개월 동안 창원 성산구 소재 아파트 6채를 총액 약 6억8000만원에 매수했다. 거래금액 전액을 자신이 대표로 있는 법인 C 계좌에 이체해 지급하는 등 법인 C 명의로 매수 계약을 하고 신고도 했다. 국토부는 경찰청에 수사의뢰해 명의신탁 여부 등 관련혐의를 확인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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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D는 울산 남구 소재 아파트를 매수하면서, 거래 금액 약 3억5000만원 중 전세 승계 보증금 9000억원을 제외한 약 2억6000만원 전액을 사위 E로부터 차입해 지급했다. 국토부는 이를 국세청에 통보해 편법 증여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세법상 적정 이자율인 연 4.6%를 지급했는지 등을 검사한다는 계획이다.

기획단은 관련법령 위반 의심 거래로 확인된 사례 중 탈세 의심 건은 국세청에, 대출 규정 위반 의심 건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에 각각 통보해 탈세 혐의를 분석할 계획이다. 필요하면 세무조사를 시행하고, 관련 금융회사를 점검해 대출금 회수가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계약일·가격 허위 신고 등 부동산거래신고법 위반 의심 건은 지자체에 통보해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계약일을 허위로 신고하면 취득가액의 2%, 가격을 허위 신고하면 취득가액의 5%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명의신탁 등 범죄 행위 의심 건은 경찰청에 수사의뢰할 예정이다.

현재 기획단은 시세 조작 목적으로 신고가 허위 신고 후 취소한 소위 '실거래가 띄우기' 의심사례에 대한 기획조사를 지난 2월부터 실시하고 있다. 자전거래 등 범죄 혐의가 확인되는 경우 관할 경찰청에 수사의뢰할 계획이다. 현행 공인중개사법에 따르면 개업공인중개사가 부당한 이익을 얻거나 제3자에게 부당한 이익을 얻게 할 목적으로 거짓으로 거래가 완료된 것처럼 꾸미는 등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주는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기획단은 국토교통부 토지정책관 아래 정원 23명의 3개 팀으로 확대개편돼 실거래분석 및 조사 업무를 하고 있다. 국세청‧금융위‧경찰청 등 관계기관 파견 전문인력도 확충했다. 기획단은 같은 조직 내에서 실거래 조사와 수사를 병행할 경우 권한 집중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따라, 범죄수사 기능은 배제하되, 시장동향 모니터링‧분석 및 실거래 조사 기능을 강화할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간 주택 거래를 위주로 실시하던 실거래 조사를 토지 거래까지 확대해 외지인 투기성 매수 등 토지 이상거래에 대한 신고내용의 적정성과 자금조달과정의 투명성도 정밀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