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랑 가까운 곳에 공원이 있다는 게 새삼 그렇게 좋더라고요."
지난 13일 오전 10시쯤 서울 종로구 삼청공원에서 만난 유모(48)씨는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하던 도중 이같이 말했다. 삼청공원은 1940년 3월 지정된 우리나라 최초의 도시공원으로 최근 평일에도 방문자 수가 300명대를 기록할 정도로 찾는 사람이 많다.
삼청공원에서 7분 정도 떨어진 가회동 주택에 거주한다는 유씨는 "코로나 때문에 확실히 갈 수 있는 공간이 적은데 공원은 부담이 덜하다"고 했다. 팔순의 할머니와 함께 '셀카 찍기'에 여념이 없던 김모(21)씨도 "집이 근처라서 코로나 이후부터 할머니 모시고 산책을 자주 나오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코로나 사태 이후 공원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집 근처에 산책이 가능한 공원이 있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지난 3월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이용자 1517명을 대상으로 '주거공간 선택 시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입지·외부구조 요인'을 물은 결과 '쾌적성-공세권, 숲세권(공원, 녹지 주변)'을 선택한 응답자가 31.6%로 가장 많았다.
종로구 자하문로에 위치한 H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종로구가 녹지 면적이 넓은 편이라 코로나 사태 이후 거주지로 이 곳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서울시 자치구별로 생활권 공원의 면적 차이가 크게 나타나는 탓에 어느 구에 사는지에 따라 공원 이용의 편의성이 결정되는 '공원 격차'가 생겨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생활권 공원이란 공원 이용자들이 실제로 접근하기 용이하고 자주 이용하는 공원을 뜻한다.
서울시 공원녹지정책과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종로구는 1인당 생활권 공원면적이 18.9제곱미터로 가장 넓지만, 금천구는 1.6제곱미터로 가장 좁아 그 차이가 11.8배에 달했다. 2위는 11.2제곱미터의 마포구, 3위는 10.9제곱미터를 기록한 중구가 각각 차지했다.
서울시 전체의 1인당 생활권 공원면적은 2010년 4.8제곱미터를 기록한 이후 매년 증가해왔지만, 그 증가 폭이 일부 자치구에 편중되면서 격차가 더욱 확대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오후 4시쯤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위치한 금천체육공원에서 만난 여러 주민들도 공원 면적이 적다는데 아쉬움을 표했다. 독산4동에 거주하는 이원천(48)씨는 "다른 지역에 갈 때마다 금천구가 다른 자치구에 비해 공원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면서 "같은 금천구 거주민이라도 독산 1, 2동에서는 이 공원에 오기조차 거리상 부담이 상당하다"고 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공원 격차 문제의 해결과 관련해 "구청 차원에서는 재정과 행정상 해결하기 어렵다"며 "영국 등 해외 선진사례를 보면 정부가 녹지를 그린벨트로 묶은 뒤 재정으로 매입해 공원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 전체의 중장기적인 고른 발전과 시민들의 생활 불평등 해소를 위해선 공원을 포함한 공공서비스 인프라 확충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