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이후 서울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승객 감소로 운임 매출이 감소하면서 지하철과 버스 등을 운영하는 업체들의 손실이 크게 증가했다. 새로 취임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6년간 동결됐던 대중교통 요금을 인상할 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산한 모습의 서울시내 지하철 역사 전경.

◇ 사상 최대 적자 낸 서울교통공사, 운영 중단 선언한 마을버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1조90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15일 밝혔다. 서울교통공사가 영업손실액 1조원을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년(5324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영업손실액이 늘었다.

이같은 실적 악화는 코로나 사태 이후 학생들과 직장인들의 재택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 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서울 지하철 승객 수가 전년 대비 27~30% 정도 감소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코로나 여파로 지하철 승객 수는 줄었는데, 승객들의 거리두기 간격을 넓히기 위해 운행 노선당 배차 수는 오히려 늘어났다. 이 때문에 운송원가가 증가해 서울 지하철 이용자 1인당 결손금 역시 크게 증가했다. 1인당 결손금은 운송원가에서 평균운임을 뺀 값을 말한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하철 이용자 1인당 결손금은 1107원으로, 전년(494원) 보다 124% 늘었다. 지난해 운송원가는 2061원으로, 전년(1440원) 보다 43% 증가했다. 지난 2015년 이후 요금 인상이 없었기 때문에 평균 운임료(946~954원)의 큰 변화는 없었다.

서울 시내 150여개 마을버스 운영사들도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서울시 마을버스운송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마을버스 운영사들의 매출(카드결제 기준)은 전년대비 약 27% 줄었다. 장기간 동결된 버스요금(청소년은 14년째⋅성인은 6년째 동결)에 코로나 영향까지 겹쳐 영업적자가 크게 늘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다.

조합은 6월부터 마을버스 운영을 중단하고, 수도권 통합환승 할인제도에서도 탈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1인당 요금이 900원(성인⋅교통카드 기준)인 마을버스는 현재 환승 승객 1명에게 평균 336원의 요금을 받고 있다. 이들이 환승 할인제도 탈퇴를 선언한 것은 564원의 요금 인상 효과를 낼 수 있어서다.

지난 14일 마을버스 관계자가 서울시청 인근에서 ‘6월 1일부터 운행중단, 환승 탈퇴 예고‘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대중교통 운영사 "서울시 예산 지원 부족… 요금 인상 시급"

업체들은 서울 시내버스처럼 ‘준공영제’가 적용되지 않는 지하철과 마을버스의 경우 요금 인상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적자를 보조하는 지원금을 받는데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준공영제는 버스당 실제 운영비용과 이윤을 포함한 ‘표준운영원가’를 산정해, 이를 지자체가 보장해주는 것을 말한다. 준공영제가 적용되는 서울 시내버스의 경우, 코로나 여파로 적자가 나더라도 서울시가 시내버스 운영사들에 대한 재정지원을 해주기 때문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서울시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해 서울시가 서울 시내버스에 지원한 예산은 약 6000억원으로 전년(약 3000억원)대비 두 배 규모로 늘었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운영사들에도 지원금을 배정했지만, 그 규모는 350억원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서울시가 추경예산을 통해 120억원 가량 증액한 것이었다.

공기업인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서울 지하철의 경우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지난해 1조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서울시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지 못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모두 민간 운영사가 경영하지만, 준공영제가 적용되지 않는 마을버스에 배정된 예산은 연간 230억원에 불과해 시내버스처럼 적자를 전액 보전해주기 어렵다"며 "서울 지하철 역시 공기업이기 때문에 서울시가 적자를 보조해 줄 책임이 없다"고 설명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 1년 뒤 또 지방선거… 요금 인상 1~2년 더 걸릴 수도

이처럼 서울 지하철과 마을버스 운영사들이 누적되는 적자를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대중교통 이용요금을 인상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1년여 뒤 지방선거가 예정된 상황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 직후 시민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요금 인상을 결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교통업계 한 관계자는 "지자체 단체장의 임기 말에는 다음 선거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중교통 요금 인상 같은 시민에게 부담을 주는 정책 결정을 피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하철 요금이 인상된 지난 세 번의 시점을 살펴보면, 오세훈 시장(2007년 4월)과 박원순 시장(2012년 2월·2015년 6월)이 당선되고 1년 정도가 지났을 때였다.

오 시장이 요금 인상을 결정한다고 해도 여당이 다수인 서울시의회의 반대를 넘을지도 미지수다. 서울시의회가 서민 경제 부담을 내세워 요금 인상을 반대하면서 오 시장과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올해 요금 인상이 단행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단체장 입장에서도, 의회 입장에서도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