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대금 부풀리기로 3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불법 로비자금 등에 사용한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가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창배 전 대표 역시 무죄를 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2부(정총령 조은래 김용하 부장판사)는 14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조세범죄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하 대표와 이 전 대표 등의 파기환송심을 열고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하 대표 등 롯데건설 전현직 임원 4명은 2002년 1월부터 2013년 4월까지 하도급업체 73곳과 공사금액을 부풀려 계약을 맺고 그 차액을 돌려받아 비자금 302억원을 조성하고 불법 로비자금 등으로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회사 법인세 실무자들과 공모해 2007~2009년, 2011~2013년 하도급업체에서 공사대금 부풀려 차액을 받고 법인세 과세표준에 이를 포함해 25억여원의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 등도 받았다.

1심은 부외자금(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불법·부당하게 사용됐다고 확정할 증거가 없다며 이들의 횡령 혐의를 전부 무죄로 판단했다.

반면 2심은 횡령 부분의 1심 판단을 유지하면서도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서는 다른 판단을 했다. 하 대표에게는 원심의 무죄를 파기하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벌금 24억원도 함께 부과했다. 이 전 대표에게는 일부 혐의를 무죄로 인정해 징역 2년과 집유 3년, 벌금 16억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은 지난해 5월 20일 특가법 위반(횡령), 조세범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하 대표 등의 상고심에서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은 검찰 공소사실 중 조세포탈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봤다. 대법은 "롯데건설이 협력업체로부터 차액을 돌려받은 사업연도에 차액을 이익금으로 산입할 수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롯데건설의 법인세 납부의무는 성립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세법에서 정한 과세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조세포탈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에 파기환송심 당심도 대법원의 판단을 따랐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법 판결 취지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이 사건은 원래는 부외자금(비자금)을 위법하게 조성한게 발단이 돼 횡령 및 조세포탈이 발생한 것"이라며 "결론적으로는 (대법 취지에 따라) 무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었지만 피고인들이 올바른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