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대신파이낸스빌딩 8층. 남산타워와 명동대성당이 한눈에 보이는 큰 유리창 앞 테이블마다 마스크를 낀 젊은이들이 노트북PC를 펴고 앉아 업무를 하고 있었다. 테이블 곳곳에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유행 이전에는 없던 칸막이와 손 소독제가 생겼고, 의자 수도 예전보다 줄어 사람 간 간격은 더 넓어졌다. 여러 사람이 소파에 앉아 삼삼오오 모여 커피를 마시며 대화하는 모습도 이날은 볼 수 없었다.

이곳은 2016년 8월 국내에 첫 진출한 글로벌 사무실 공유 서비스업체 위워크(WeWork) 을지로점 중앙 라운지다. 위워크코리아는 1호점 '위워크 강남역', 2호점 ‘위워크 을지로점’ 등 현재서울 18곳, 부산 2곳 등 총 20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이날 위워크 을지로점에서 만난 전정주(사진) 위워크코리아(WeWork Korea) 대표는 "코로나 대유행 속에서도 위워크코리아는 지난해 20% 이상의 매출 성장을 이뤄냈다"면서 "재택근무가 상시화된 시점에서 달라진 업무 환경에 발 맞출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전 대표는 "올해는 한국 고객의 욕구에 초점을 맞춘 프리미엄·현지화 전략을 강화해, 손실 규모를 줄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면서 "위워크를 향한 시장의 의심과 우려를 불식시키고 위워크의 사업모델이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우선 목표"라고 말했다.

2010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시작해 전세계에 공유 오피스바람을 일으킨 위워크는 2019년 기업공개(IPO) 실패와 애덤 뉴먼 최고경영자(CEO) 사퇴, 코로나19 대유행, 경영 손실 확대 등의 내홍을 겪었다.

위워크는 올해 하반기 나스닥 상장사인 바우X와의 합병을 통해 뉴욕증시에 우회 상장할 계획이다. 재택근무 도입이 확산된 코로나 시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위워크의 전략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다음은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

-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위워크는 지난해 32억달러(약 3조6076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한국은 어땠는가

"지난해 한국 매출은 전년 대비 20% 성장했다. 위워크그룹 내부에서 분류하고 있는 인터내셔널 그룹(유럽 3곳, 아시아 3곳 등) 가운데 이런 매출 성장을 거둔 건 한국이 유일하다.

위워크코리아의 경우 멤버십 회원 비중이 전체 수익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공실 상황이 이전보다 나아졌다는 의미다. 코로나 팬데믹 속 다른 나라와 달리 국내 시장만이 보이고 있는 쾌거다. (위워크코리아 측은 그룹 방침 상 개별 공실률과 영업이익 등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할 수 없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매출 성장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은

"한국은 다른나라와 달리 대규모 락다운(봉쇄) 조치가 내려지지 않았다. 그 덕이 컸다. 이와 함께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오히려 대기업과 공기업에서 방역 측면에서 안전성이 보장된 공간과 조직 구성원을 분산 배치하려는 수요가 더 생겼다.

30~100인 규모의 기업 단위 고객들이 우리를 찾았다. 또 각종 행사, 세미나, 교육 및 드라마와 광고 촬영 등을 위한 대관 수요도 2019년에 비해 85%나 늘었다. 우리는 한국 시장에서 코로나로 인한 위기 요인보다 기회 요인이 많았다고 진단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공유 공간보다 개인 공간에 대한 수요도 늘어났을 것 같은데

"공간 분리에 대한 수요가 확실하게 드러났다. 미국에서는 ‘2인실을 하루, 이틀만 사용하고 싶다’고 요구하는 고객들이 생겼고, 이런 수요에 맞춘 서비스를 출시했는데 이들의 재사용률(서비스 이용률)이 특히 높았다.

또 ‘우리 회사 구성원만 쓸 수 있는 특정 공간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도 생겨났다. 유럽에서는 3개 지점에 한 회사의 직원을 분산시키거나 다양한 형태로 이뤄진 전용 멀티공간을 쓸 수 있는 ‘위워크 캠퍼스’ 상품도 선보였다."

-국내 공유오피스는 어떻게 바뀌었나

"4인실로 쓰던 회의실을 2인실로 바꿨다. 배치된 의자 수를 줄이는 등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수용 인원과 좌석 수를 조절하고, 책상·의자, 회의실, 공용 공간 등을 정밀 살균 소독하는 등 방역에 대한 투자를 대폭 강화했다. 차별화된 방역 서비스도 수요 유입의 한 요소였다."

13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대신파이낸스빌딩 8층 위워크 메인라운지 전경.

- 코로나 대유행으로 임대료 인하 운동이 있었다. 위워크 코리아가 지불하는 임대료도 조정을 받았

"장기 임대차 계약을 맺고 있다 보니, 임대료 조정은 없었다. 임대료 인하 운동이 생겨나면서 위워크도 수혜를 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도 있었 던 게 사실이고 가능성을 검토해보기도 했으나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한국 상업용부동산 시장만의 특이점을 꼽는다면

"최근 국내 부동산 시장이 호황인데다 오피스 매매 거래가 활발하다보니까 임대인이 자주 바뀐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새로운 임대인이 오다보면 임대료 뿐만 아니라 건물 시설 이용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뤄진다."

-시장에서는 건물 일부를 빌려 다시 빌려주는 특성상 공유오피스기업이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호텔비즈니스를 예로 들어 얘기해보겠다. 단순하게 ‘5성급 호텔이나 3성급 호텔이나 침실을 빌려주는 사업 아니냐’ 이렇게 볼 수도 있지만 이용자들은 다른 비용을 지불한다. 그 차이는 콘텐츠에 있다. 공유오피스 사업도 단순히 빈 공간에 책상 인테리어 카페처럼 업무하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고, 콘텐츠에 따라 성패가 엇갈릴 수 있는 사업군이다.

공유오피스 사업을 해보니 기반시설(Infrastructure)이 굉장히 중요하다. 위워크는 기업 단위 고객층이 많은 특성상 안정적인 인터넷 네트워크 환경을 제공하는 것에 큰 경쟁력을 갖고 있다.

또 위워크만의 네트워킹 서비스도 강점이다.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도록 이용자들이 네트워킹할 수 있는 개방형 공유 공간을 실현시키면서 공유오피스업 문화의 표준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기존에 한 빌딩 안에서 네트워킹이 이뤄졌다면 앞으로는 20개 지점에서 네트워킹을 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강화시킨 네트워킹 서비스도 출시할 계획이다."

-위워크코리아가 손실 규모를 줄이고 수익을 늘리기 위해 운영 지점 수를 조정할 계획은 없나

"지난해 을지로점의 이용면적을 줄였다. 10개층을 쓰고 있다가 5개층으로 줄였다. 원가 구조 상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임대료이기 때문에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임대인과 논의하고 있다.

현재 국내 지점을 추가로 늘릴 계획은 없다. 위워크코리아가 국내 경쟁업체 대비 임대면적 등 점유율 면에서 압도적인1 위이기 때문에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가지고 흑자전환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 흑자전환을 위한 핵심 전략이 있다면

"프리미엄 서비스와 현지화 서비스 전략이다. 제가 대표로 오면서 가장 크게 바뀐 점도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지금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글로벌 모든 지점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올 액세스’ 서비스를 한국에도 곧 출시한다. 지금은 코로나로 해외로의 이동이 쉽지 않아 국내 전 지점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우선 이용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위워크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집에서 가까운 위워크 공간으로 출근할 수 있고, 기업은 직원들의 이용 공간을 분산할 수 있다. 또 공유오피스 이용 기간을 하루 단위, 시간 단위로 계획할 수 있는 ‘온디맨드’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관련 앱(app)이 출시됐는데 한국에서도 앱을 출시할 것이다.

위워크 그룹에서 대한민국 서울은 영국 런던 다음으로 크고, 동양 문화를 갖고 있는 특수성이 있는 시장으로 여겨진다. 한국 고객과의 소통을 강화해 고객의 니즈에 맞는 서비스를 발빠르게 선보이면서 위워크의 시장 가치를 지속적으로 알려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