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61) SK그룹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57) 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 구(舊) JYP엔터테인먼트 사옥을 매각했다.

2018년 8월 24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고 최종현 SK선대회장 20주기 추모식에서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왼쪽부터), 최태원 회장,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 부회장,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추모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14일 빌딩 업계에 따르면 최 이사장은 지난 1월 한 개인에게 이 빌딩을 124억5000만원에 매각했다. 빌딩은 대지면적 329.5㎡로, 매각가는 대지 3.3㎡(1평)당 약 1억2500만원이다. 건물은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다.

이 빌딩은 박진영 JYP 대표 프로듀서가 2001년 약 20억원에 매입하며 JYP의 첫 사옥으로 활용한 곳이다. 기존 태홍기획에서 JYP로 사명(社名)을 변경한 것도 2001년이었다. JYP의 시작을 함께한 빌딩인 셈이다. JYP는 청담 사옥에서 솔로가수 비(39·본명 정지훈)와 걸그룹 ‘원더걸스’와 ‘미스에이’, 보이그룹 ‘2AM’과 ‘2PM’ 등을 배출하며 3대 엔터사로 발돋움했다.

이 빌딩이 매물로 나온 것은 2014년이다. 원더걸스의 미국 진출 실패 등 소속 가수들의 부진한 성적으로 ‘JYP 위기론’이 나올 때였다. 박 대표는 2014년 76억원에 사옥을 매각하고 보증금 10억원, 월세 2500만원에 3년 임대차 계약을 맺으며 월세살이를 시작했다. 2015년 걸그룹 ‘트와이스’ 데뷔로 위기론에서 벗어난 JYP는 2017년 202억원을 들여 강동구 성내동 빌딩을 매수하며 신사옥으로 둥지를 옮겼다.

박 대표는 사옥을 옮기며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17년 전 처음 널 봤을 때 넌 세상에서 가장 크고 멋진 건물이었는데 이제 이사를 가야 한다는 게 믿기지 않네"라면서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네 안에서 땀 흘리고, 웃고 울며 꿈꿀 수 있게 해줘서"라고 회상하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옛 JYP 사옥.

이 빌딩을 2014년 박 대표로부터 매수한 사람이 최 이사장이었다. 최 이사장은 이번 매각으로 임대수익과 매각차익을 동시에 얻는 꼬마빌딩 투자 교과서와 같은 ‘똘똘한 투자’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최 이사장은 매입 이후 JYP로부터 월세 2500만원을 3년간 받아왔으며, JYP와의 임대차계약이 끝난 이후에도 건물 보수 이후 한 의료기업과 보증금 5억원, 월세 3000만원 수준의 통임대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세전 3억~3억6000만원의 임대수익을 거뒀고 보유 6년여 만인 올해엔 48억5000만원의 시세차익까지 얻은 셈이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 팀장은 "토지 평당 약 1억2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최근 시세대로 매매된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우량 임차인을 구해 건물도 유명해지고, 고점에 매도도 잘한 성공한 투자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최태원 회장의 막냇동생이다. SK그룹의 사회공헌 재단인 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SK그룹이나 그룹사 경영 일선에 나타난 적은 없다. 언론과 대중 앞에 나서는 것도 꺼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의 조사에 따르면, 최 이사장은 주식회사 SK의 지분 6.85%를 보유해 작년말 기준 보유 주식 가치가 1조1592억에 달한다. 국내 22번째 주식부호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배당금 337억원을 받아 국내 10번째로 많이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 이사장은 서울 용산구 한남더힐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