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예금 가운데 예금자 보호 한도인 5000만원을 넘는 비보호예금(순초과예금)이 10조원에 육박했다. 저축은행 사태 직후인 2013년 1조6000억원과 비교해 8년 만에 6배 이상 높아진 것이다.
13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은행의 순초과예금은 9조7000억원으로 1년 전(8조1000억원)보다 1조6000억원 급증했다.
저축은행 예금 금액 가운데 5000만원이 넘는 부분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처럼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할 경우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순초과예금은 저축은행에 5000만원 이상 예금을 보유한 예금자 전체 예금액에서 5000만원이 넘는 부분만 따로 합쳐 통계를 낸다.
2013년 1조6000억원 수준이었던 저축은행 순초과예금 잔액은 2015년 2조4000억원, 2016년 4조5000억원, 2017년 5조4000억원, 2018년 7조원을 기록하며 매년 눈에 띄게 오르고 있다.
저축은행에 뭉칫돈이 몰린 것은 저금리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를 찾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저축은행 수신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이다. 10년 전 5%대에 육박했던 저축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이달 기준 1.70%까지 주저앉았다. 그러나 시중은행 예금 평균금리는 이보다 낮은 연 0.85%까지 내려가자, 평균 금리가 1%포인트(P) 가까이 높은 저축은행으로 여유 자금이 쏠리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분석이다.
이를 증명하듯 저축은행이 보유한 예금자 보호를 받는 예금 '부보예금' 잔액도 순초과예금과 비슷한 속도로 늘고 있다. 저축은행 부보예금 잔액은 2016년말 44조4000억원, 2017년말 50조6000억원, 2018년말 58조원, 2019년말 61조6000억원, 이어 지난해 말 71조3000억원을 기록할 만큼 급증했다.
최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게재한 고위공직자 재산변동사항에 따르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역시 전체 금융 자산 가운데 절반 이상을 시중은행이 아닌 KB저축은행, DB저축은행, NH저축은행 같은 저축은행에 넣어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총재는 현재 7억8000만원을 저축은행에 예금 형태로 넣어뒀는데, 지난해에만 2억1240여만원을 추가 납입했다. 금리 결정권을 쥔 이 총재도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을 시중은행보다 애용했다는 의미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간 저축은행이 자산 건전성에 꾸준히 신경을 쓰면서, 금융 소비자들이 '2011년 벌어졌던 저축은행 사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여기기 시작한 것도 순초과예금 급증 배경으로 꼽았다.
은행 건전성을 나타내는 가장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보면 저축은행들 평균은 올 2분기 말 기준 17.3%로, 규제 비율인 7~8%를 2배 넘게 웃돌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낮은 BIS 자기자본비율을 이유로 들어 영업을 정지시켰던 대전·도민·보해·부산·부산2·삼화·전주·중앙부산 저축은행을 제외하고, 상대적으로 '건전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나머지 저축은행들 BIS 비율을 평가해도 12% 정도 수준이었다"며 "금융 소비자들이 저축은행에 갖는 우려를 생각해 건전성 부문을 항상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79개 저축은행은 전년보다 10% 정도 더 많은 당기순이익 1조4054억원을 거둬들였다. 이들 저축은행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으로 당기순익이 1조원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