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T본사, 한국필립모리스에 특허 침해 금지 소송
전자담배 가열 기술 베꼈다며 손해배상·수입금지 청구
담배시장 양분한 필립모리스·BAT, 국제 소송전 진행중
히츠 수입금지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5월 美 판단 주목

글로벌 담배 제조업체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 본사가 한국필립모리스를 상대로 특허권 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이 회사는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1위인 아이코스 전용담배 히츠(HEETS)의 생산, 수입을 중단할 것을 요구해 파장이 예상된다.

한국필립모리스가 출시한 아이코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BAT는 지난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한국필립모리스를 상대로 특허권 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BAT 측은 아이코스에 사용된 가열 기술이 자신들이 먼저 개발한 특허를 침해했다며 손해배상과 함께 회사가 생산중인 히츠의 생산, 사용, 양도, 수입을 중단하라고 청구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처럼 담뱃잎을 직접 태우지 않고 고열로 담뱃잎을 쪄서 니코틴이 함유된 증기를 발생시킨다. 전세계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일반 담배 흡연인구가 줄자 글로벌 담배업체들은 궐련형 전자담배를 미래 수익원으로 보고 제품 개발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했다.

국내에선 2017년 한국필립모리스가 아이코스를 출시했고 KT&G가 릴, BAT코리아가 글로를 내놔 시장을 3등분 하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 담배 시장은 2019년에서 2020년 17조원 규모로 정체됐으나 궐련형 전자담배는 1조8700억원에서 2조200억원 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 미국, 유럽에 비해 시장규모가 적지만 성장중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담배업체들이 주목하는 시장이다.

BAT코리아가 출시한 글로 시리즈 2 미니.

이번 소송은 한국에서 담배를 판매하는 BAT코리아가 아니라 영국 본사가 진행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한국 시장에서 발생한 문제 때문이 아니라 글로벌 본사가 전략적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는 의미다. BAT코리아 측은 "본사가 별도 특허법인과 함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필립모리스와 BAT 간 특허 전쟁은 궐련형 전자담배 출시 시점부터 어느정도 예상돼 왔다. 담배를 찌는 원리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2018년 필립모리스가 일본 법원에 BAT의 글로가 아이코스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며 고소 했다. BAT는 작년 5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와 독일 법원에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USITC는 다음달 결론을 낼 예정이다.

BAT가 요구한 히츠 생산, 수입 중단 청구가 받아들여질 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지난달 영국 대법원은 BAT가 필립모리스가 자사의 담배 가열(heat-not-burn)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며 제기한 소송과 관련해 BAT의 특허를 취소했다. 앞선 필립모리스 특허와 비교해 진보성(inventive step)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미국 USTIC가 5월 어떤 결론을 내느냐에 따라 국제 소송전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

한국필립모리스 측은 "BAT는 자신들이 뒤쳐져 있는 가열담배 시장을 약화시키고 자사 핵심 사업을 보호하기 위한 글로벌 전략의 일부로 (소송을) 추진하고 있다"며 "BAT가 승소하면 한국 공중보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