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전후 국내·외서 폭발적 관심 끌던 클럽하우스
네이버·구글 검색서 '존재감 제로(0)'
중요 발언 쏟아내던 유명인들 썰물처럼 빠지고
일부 남은 자들은 '자기 왕국' 건설해 일방소통
트위터·페이스북 등 경쟁사 잇단 참전도 발목

그래픽=김란희

"2월 초 클린이(클럽하우스+어린이, 클럽하우스 입문자)에서 시작해 밤잠 안 자고 하루 열댓시간씩 클하를 틀어놓는 중독을 거쳤죠. 이제는 클라밸(클하와 라이프 밸런스)을 찾았어요. 아니, 좀 더 현생에 집중하고, 어쩌다 한 번씩 듣고 싶은 얘기가 있을 때 켜는 식이죠." 지난 2월 한국에 본격 상륙해 폭발적으로 퍼져나간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에 빠져 살다가 최근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A씨의 말이다.

국내에서 2월 전후로 신드롬적 인기를 끌었던 클럽하우스 인기가 3월을 기점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애플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앱)으로만 나와 있는 데다 초대장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어 ‘포모(FOMO, 정보와 유행에 뒤처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심리 특수’를 톡톡히 누렸던 클럽하우스지만, 이제는 누구도 안 찾는 앱이 된 것이다.

실제 네이버를 통해 클럽하우스를 찾는 검색지수(네이버 트렌드)는 지난 2월 8일 100까지 치솟으며 최고점을 기록했으나 현재 0으로 크게 떨어진 상태다. 전 세계 이용자들의 구글 검색지수를 볼 수 있는 구글 트렌드에서도 1월 31일을 기점으로 인기가 크게 떨어져 현재는 0에 안착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해외를 막론하고 클럽하우스에 대한 인기가 빠르게 식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소셜미디어 트위터가 클럽하우스를 40억달러(약 4조5000억원)에 인수하려고 진행 중이던 협상을 최근 중단한 것은 이런 클럽하우스의 ‘반짝인기’가 확인됐기 때문일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4월 서비스를 시작해 출시 1년을 맞은 클럽하우스. 활성이용자 수 600만명(2월 기준), 기업가치 10억달러(약 1조1200억원)를 넘어서며 유니콘의 반열에 올랐으나 한편으론 최대 위기에 맞닥뜨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클럽하우스의 위기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해봤다.

① 인플루언서로 흥한 자, 인플루언서 떠나니…

클럽하우스가 빠르게 세를 불릴 수 있었던 데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 등이 클럽하우스에 들어와 중요한 발언을 남긴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데 큰 이견이 없다. 머스크는 클럽하우스에서 공매도와 관련해 설전을 벌이는가 하면, 가상화폐에 대해 "비트코인은 좋은 것"이라고 밝히는 등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발언을 쏟아내 클럽하우스의 인지도도 덩달아 올라가는 효과를 봤다.

국내에서도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배달의민족 창업자), 이승건 토스 대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처럼 트렌드에 민감한 주요 인사들이 의미 있거나 전문적인 주제로 토론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클럽하우스 초대장 품귀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정치인들도 잇따라 대화방을 개설하며 ‘소통 행보’를 보였다.

이를 듣기 위해 한때 수백명 단위로 몰리던 토론방 규모는 최근 이런 인플루언서(인터넷에서 영향력이 큰 사람)들이 떠나가고, 10~20명 단위로 크게 쪼그라든 상태다.

정원모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수석연구원은 "한때 전문가 위주로 양질의 토론이 이뤄지던 클럽하우스는 대학생 등 일반인이 대거 유입하면서 역설적으로 인플루언서들을 떠나가게 했다"면서 "청취자 입장에서도 수백명 단위로 돌아가는 방에는 쉽게 들어갈 수 있지만, 소규모 방에는 그렇지 못 해 역시 관심이 크게 줄어들게 된 것"이라고 했다. 클럽하우스에 들어가지 않으면 트렌드에 뒤처질 것 같은 포모 심리도 이전만 못 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② 온라인 커뮤니티화 돼 가는 클럽하우스, 단점도 빼 박았다

"‘자기만의 왕국’을 만들고 자랑만 쏟아내거나 훈수를 두는 사람도 많더라고요. 쌍방향 소통이라더니, 꼰대가 너무 많아서 요즘 클하 끊었습니다."

B씨의 말이다. 소규모 토론방이 정기적으로, 수시로 열리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클럽하우스가 온라인 커뮤니티화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로 잘 모르는 느슨한 관계로 모인 대규모 토론방의 경우 규칙을 준수해가며 배려로써 관계를 끌어나갈 수 있지만, 소수가 모인 방에서는 ‘내가 만든 방인데, 내 맘대로 말도 못 하냐’는 식의 잘못된 오너십을 보이는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단 것이다. ‘음성’으로만 소통하는 클럽하우스 특성상 갈등을 풀어나가기 쉽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③ 너도나도 오디오 기능 추가…클하만의 매력 없어져

트위터가 내놓은 ‘스페이스’.

현재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드인, 스포티파이, 슬랙 등이 실시간 오디오 서비스에 대한 계획을 발표하거나 공개하며 클럽하우스의 뒤를 따르고 있다. 클럽하우스가 출시된 이래 1200만건의 앱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인기몰이하고 있는데 따른 조치다.

클럽하우스 인수 유력 후보이기도 한 트위터가 내놓은 ‘스페이스’의 경우 트위터 이용자라면 누구나 대화방을 열고, 접속할 수 있는 ‘개방성’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텍스트 기반 대화를 음성 커뮤니티 기능으로 확장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클럽하우스 인기가 주춤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벤처캐피탈 TBT의 임정욱 공동대표는 "무선 이어폰 사용자들이 늘고 선에서 자유로워지면서 오디오 콘텐츠를 더 많이 듣는 추세가 나타나고 투자금도 몰리고 있다"라면서 "경쟁사들이 유사 기능을 내놓으면서 시장을 나눠 먹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오디오 시장의 추가 성장 여력이 크고, 클럽하우스가 글로벌 인지도를 쌓은 만큼 안드로이드 버전을 내놓는다면 해볼 만한 경쟁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