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6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한 ‘2020 회계연도 국가결산’에는 ‘관리재정 수지 적자 역대 최대’ ‘국가 부채 2000조원 육박’ ‘국가채무 전년 대비 123조원 증가’ 등 재정 건전성 악화를 의미하는 키워드가 가득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피해 대응을 위한 4번의 추경이 편성됐고, 그 재원을 적자 국채를 발행해 메웠기 때문이다. 국채는 언젠가는 갚아야 할 나랏빚이다.

전날인 5일, 기재부가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했던 브리핑에는 이 같은 재정 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관리재정수지가 2배 악화됐는데 기재부는 양호한 수준이란 평가를 한 이유" "부채 증가 속도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도 여전히 양호한가" 등의 질문을 받은 기재부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괜찮다"는 말을 넘어 "주변국과 비교해 굉장히 양호하다"는 답까지 나왔다.

하지만 기재부의 견해와 달리, 코로나19를 감안하더라도 재정 건전성 악화가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한국의 국가총생산(GDP) 대비 정부채무비율은 2019년 41.9%로 전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인 65.8%에 비해서는 낮더라도 비기축통화국들의 평균 41.8%보다는 높다"는 보고서를 펴내기도 했다.

기재부는 무엇이 다 괜찮다는 것인가. 매년 기재부가 내놓는 중기재정운용계획 상 목표치를 훌쩍 넘는 수준으로 국가채무와 총지출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관리재정수지도 계획보다 훨씬 악화했는데, 무엇이 양호하다는 것인가.

빠른 속도로 현실로 다가오는 초고령화, 저출생, 지방 소멸 등 재정 투입이 필요한 사회 문제를 감안해도 과연 재정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양호한가. 이미 고령화와 저출생을 앞서 겪었던 나라들의 국가채무비율과 아직 이를 겪지 않은 우리나라를 단순 비교해 ‘양호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일까.

그동안 기재부 출입 기자로서 겪어본 공무원들은 ‘재정건전성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이 무척 강했다. 전국민에 지급하는 재난지원금이 후대에 빚을 지는 일이라는 것에 분개하고, 정치권의 각종 선심성 정책에 반발했다. 이를 제도적으로 막기위해 여·야 모두의 비판을 받은 재정준칙 도입에도 앞장섰다. 이들은 ‘역대 최악’ 재정 지표들의 무거운 의미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괜찮다, 양호하다"는 말이 반복됐던 국가회계결산 브리핑이 매우 낯설다. ‘재정건전성 투사’ 처럼 행동했던 기재부 관계자들을 그렇게 만든 것을 무엇이었을까.

홍남기 부총리의 ‘홍두사미’ 습관이 바이러스처럼 퍼진 탓일까, 아니면 7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재정적자 사상 최대’, ‘국가부채 2000조원’ 같은 헤드라인이 각종 언론 지면을 휩쓰는 것을 막겠다는 정무적인 판단이 작용했을까. 전자라면 안타까운 일이고, 후자라면 진상 규명을 해야 할 일이다.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공무원의 직업 윤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