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참여·美 감염병연구소 지원
임상 3상 진행했지만 평가지표 충족 못 해
녹십자 "글로벌과 국내는 별개 임상"
상용화 선례 없어…세계 최초 도전

코로나19 혈장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완치자에게 공여받은 혈장.

GC녹십자(006280)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혈장치료제(면역글로불린 제제)의 국내 허가 신청을 앞둔 상황에서, 녹십자가 참여한 혈장치료제 글로벌 임상시험이 실패로 끝났다는 발표가 나왔다. 녹십자는 "(글로벌과 국내 임상은) 별개의 임상이다"라며 "국내 임상 결과를 통해 계획대로 허가 절차를 밟겠다"고 했다.

6일 제약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녹십자, 일본 다케다, 호주 CSL베링 등 전 세계 혈장치료제 개발 기업들이 모여서 만든 ‘코로나19 혈장치료제 얼라이언스(CoVIg-19 Plasma Alliance)’는 지난해 9월부터 미국 국립감염병연구소(NIAID)의 지원을 받아 미국 등 10개국에서 약 600명을 대상으로 혈장치료제와 렘데시비르 병용 치료법의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해왔다. 최근 임상을 완료한 얼라이언스는 지난 2일(현지시각) 치료 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톱라인(주요) 결과를 발표했다.

글로벌 임상에 사용된 혈장치료제는 녹십자의 치료제와 같은 방식으로 제조됐다. 다만 치료제의 원료인 혈장(血漿)은 녹십자가 아닌 다케다, CSL베링 등 해외 4개사의 것으로 만들어졌다. 글로벌 임상이 시작된 지난해 9월 녹십자는 "(두 임상에 사용된 치료제가) 같은 치료제인 만큼 글로벌 임상에서 효과가 입증되면 국내 임상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혈장치료제 상용화에 도전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임상 성공 사례가 나오면 뒤이어 국내 허가 절차에서도 유리한 참고사항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였다. 앞서 코로나19 항체치료제를 개발한 셀트리온(068270)이 미국에서 먼저 상용화된 일라이릴리, 리제네론의 치료제를 기준 삼아 효능을 비교 평가했던 것과 달리, 혈장치료제는 상용화된 선례가 전 세계 통틀어 아직 없다.

결국 글로벌 임상이 실패하면서 녹십자가 약 60명의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직접 수행한 임상 2상 시험의 결과를 통한 효능 입증이 더욱 중요해졌다. 녹십자는 이르면 이번 주, 늦어도 이달 내 식약처에 치료제 사용 허가를 신청하기 위해 임상 결과 데이터를 정리 중이다.

혈장치료제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액 속 중화항체를 추출해 고농도로 농축해 만든 치료제다. 중화항체는 몸의 면역시스템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침입에 맞서기 위해 만드는 면역성분이다. 중화항체를 인공적으로 만드는 셀트리온 항체치료제에 비해 대량생산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최근 질병관리청의 실험 결과 항체치료제도 무력화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발(發)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날 오후 기준 녹십자의 주가는 전날 종가(34만2000원) 대비 약 4% 하락한 32만7000원 내외로 거래되고 있다. 전날부터 국내 매체를 통해 글로벌 임상 실패 소식이 전해진 것이 주가 하락의 한 가지 원인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