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정다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에서 변호사시험(변시) 응시생들은 만나겠다고 공언했지만 사실상 면담을 회피하고 있어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박 장관과 면담을 요청한 제10회 변시 응시생들에게 지난 22일 "면담이 어렵다"고 통보했다. 법무부의 일방적인 통보에 변시 응시생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먼저 변시 응시생들을 만나볼 의향이 있다고 한 건 다름 아닌 박 장관 본인이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박 장관의 발언은 취임 전인 지난 1월 25일 나왔다.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였던 박 장관은 서울 여의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관련 발언을 했다.

청문회에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변시 관련해서 공법 문제 중 하나가 모 대학 법전원 과제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있고 결국 모두 만점 처리하는 불행한 사태가 됐다"며 "법무부가 명확히 처리하지 않으면 국가의 가장 중요한 시험 중 하나라 볼 수 있는 변시의 근본이 흔들릴 수 있는 문제"라며 박 장관의 의견을 물었다.

이에 박 장관은 "법무부에서 전원 만점 처리를 한다는 방침을 내렸는데 전원 만점 처리라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취임한다면 실질적인 균등 기회의 균등이란 측면에서 다시 한번 점검해 보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변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변시 응시생들을 만날 의향이 있느냐"는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박 장관은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대답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1월 27일 박 장관 임명안을 재가했고, 박 장관은 다음 날인 1월 28일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박 장관의 취임 소식은 변시 응시생들에게 ‘희소식’이었다. 변시 응시생들은 대표단을 꾸리고 곧장 법무부 장관실에 문제 해결을 위한 면담을 요청했다. 청문회에서 박 장관이 직접 "응시생들을 만날 의향이 있다"고 한 만큼 면담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무부는 두 달이 지나서야 "만날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법무부는 응시생들에게 "(면담 요청자들은) 변호사시험 합격 결정을 앞둔 이해당사자들로서, 장관님과의 면담은 변호사시험의 공정한 운영을 위해 거듭 어렵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그리고 장관실은 (변시) 소관 부서가 아닌 관계로 직접 민원 답변을 드릴 수 없다"고 통보했다. 또 "장관실에서도 장관의 공무상 일정 등 여러 상황을 감안해 면담이 어려운 여건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박 장관의 태도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선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공정한 운영을 운운하기 전에 변시 응시생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와 대책을 내놓는 게 우선 아닌가"라며 "이번 면담요청의 시작도 공정에 대한 요구와 열망에서 시작됐는데, 막상 이를 거절한 법무부의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 법무부가 말하는 공정한 운영이 도대체 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변시 응시생들 사이에선 허탈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면담 요청서를 직접 제출한 변시 응시생 양모씨는 "초반부터 장관실에 면담 관련 문의를 하면 법조인력과와 이야기하라며 서로 떠넘기기 바빴다며 "모두 분노가 한가득"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장관실이 잠수를 타고 응시생들과의 연락을 거부하기도 했다"며 "나중에는 면담 요청 문의가 법무부 내에서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정보공개청구까지 했음에도 묵묵부답이었다"고 설명했다.

변시 응시생 대표단은 "이대로 제10회 변시 관련 업무처리가 흐지부지되도록 둘 수 없다"며 "앞으로도 장관실과 차관실에 면담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박 장관과 변시 응시생들과의 면담 여부를 물은 조선비즈의 질문에 법무부는 "내부 의사결정 절차에 관한 것으로 알려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